[사설] '재벌 총수도 예외 없다' 보여준 이재용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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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은 끝에 결국 실형에 처해진 것이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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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은 논란
황제경영·불법승계 개혁 단절 삼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은 끝에 결국 실형에 처해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확정에 이어 이 부회장도 사실상 최종적인 선고를 받음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단죄가 마무리된 셈이다. 재벌개혁을 소리 높여 요구했던 ‘촛불 시민들’이 이뤄낸 성과다. 재벌 기업들이 ‘불법 경영권 승계’와 ‘황제 경영’ 등 적폐를 씻어내고 개혁의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재벌 총수들이 아무리 중한 죄를 지어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관대한 처벌을 받던 ‘3·5법칙’을 깼다. 재벌들의 방패막이가 됐던 ‘시대착오적 경제논리’는 이번에 양형 사유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경영 공백이나 경제 타격을 명분으로 한 ‘재벌 봐주기’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2년6개월 징역형은 86억원 뇌물·횡령이라는 이 부회장의 혐의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적용했을 때 최저 기준보다 낮은 형량이다.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는 사정 등을 감안해 감경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법감정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량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로 사실상 형벌을 피해온 전례에 비춰보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한발 다가선 셈이다.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정치권력의 요구를 핑계로 또는 정치권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질러온 정경유착의 흑역사를 이제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기는 하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자 자랑스러운 글로벌 혁신 기업인 삼성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 범죄에 연루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런 지적은 비단 삼성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과도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기에 앞서 자신들 앞에 던져진 시대적 과제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결심공판 때 최후진술을 통해 눈물로 준법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사법절차와 무관하게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가 “신설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것도 유념해야 한다.
뇌물 공여 및 횡령의 근본 배경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은 더 근본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선 경영은 유능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이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대주주로서 그룹 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4세 경영승계 포기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또 이 부회장이 현행 특경가법상 징역형을 마친 이후에도 5년의 취업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로 기업이 타격을 받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 총수가 적은 지분만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황제경영과, 불법·편법을 가리지 않아온 경영권 승계 등 한국 재벌의 고질적 폐해를 혁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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