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낀 소설'로 5개 문학상 휩쓴 손씨, '복붙 보고서'로 특허청장상 받았다

박태우 2021. 1.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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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공군 장교 손아무개씨가 리포트 공유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허청장상' 등 여러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한겨레> 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손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손씨는 여러 건의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누리집 '해피캠퍼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다른 사람의 보고서·작품 등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창원시가 주관한 '빅데이터 공모전'에도 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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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부실 공모전 '도마'
예비역 공군 장교, 해피캠퍼스 자료 짜깁기해 응모
특허청 "상당 부분 동일..도용시 포상 취소"
서울시·KCA·청주대 등에도 같은 방법으로 수상
해피캠퍼스 쪽 "원작자 손씨 아니다"
김용래 특허청장(왼쪽)이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특허청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손아무개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비역 공군 장교 손아무개씨가 리포트 공유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허청장상’ 등 여러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손씨는 대학생이 쓴 소설을 도용해 문학상 5개를 수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허술한 공모전 관리가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겨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손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손씨는 여러 건의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누리집 ‘해피캠퍼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다른 사람의 보고서·작품 등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손씨가 수상한 공모전 출품작 가운데 내용이 유사한 해피캠퍼스 저작물을 추려 ‘해피캠퍼스 자료의 원작자가 손씨가 맞는지’ 확인 요청하니, 해피캠퍼스는 “원작자가 손씨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포상의 격이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은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2020 혁신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손씨가 받은 ‘특허청장상’이다. 그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케이-바이크(K-BIKE)’라는 제목의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이는 리포트 공유누리집 ‘해피캠퍼스’에 2018년 4월 올라온 보고서와 제목이 일치하지만 해피캠퍼스에 올린 사람은 손씨가 아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모전에 출품된 내용과 해피캠퍼스 보고서의 핵심사항과 주변 사항이 동일해 보인다”며 “도용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포상을 취소하고 민·형사상 조처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아이디어를 서울시가 ‘구매’할 수 있도록 ‘거간’ 역할도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한 발명진흥회의 거래전문관들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에 연결해 주기도 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고 했다.

손씨는 같은 내용을 서울시가 주관한 ‘2020 시민 도시계획 아이디어 공모전’에도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자료와 제출한 자료가 일치하는지 확인해보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공모전은 다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대해선 중복수상이 되지 않도록 거르는데, 걸러지지 않았다.

손씨는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도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역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보고서와 제목이 같지만, 이 역시 손씨가 올린 것이 아니다. 진흥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포상을 회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창원시가 주관한 ‘빅데이터 공모전’에도 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손씨의 이름과 다른 이름이지만, 주소가 유사한 사람이 ‘케이-바이크’ 보고서를 냈다”며 “이름을 바꿔 응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청주대학교 지식재산교육상용화센터에서 주관한 ‘창의 아이디어 발명디자인 경진대회’에서도 손씨는 ‘입선’했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보고서와 손씨가 출품한 보고서의 내용이 99% 일치한다. 중간 제목만 조금씩 다를 뿐 나머지는 거의 같다”고 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한 ‘2020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문학 글판’ 공모전에서도 입선했는데, 이 역시 해피캠퍼스에서 자료와 일치했고, 경기 포천시 주관 ‘전국 독후감 공모전’ 우수상 작품도 해피캠퍼스에서 내려받은 자료와 유사한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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