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더 큰 SUV가 온다 | 길이 5m 넘는 대형 SUV 4종 출시..'차박' 열풍에 관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난리 아닌 난리를 겪고 있지만,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27만4859대에 이른다. 2019년 24만478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2.3% 증가한 셈이다. 국산차 업체 역시 쌍용차를 뺀 나머지 회사가 내수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수출은 16.6% 줄었지만, 내수는 4.8% 증가했다. 이런 결과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매력적인 새 모델이 시장에 끊임없이 유입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 ‘아반떼’와 ‘싼타페’, 기아차 ‘K5’와 ‘쏘렌토’ ‘카니발’이 신차 효과에 힘입어 2020년 베스트셀링 국산차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역시 신차 소식이 풍성하다. 완전 변경을 포함한 신형만 서른 대가 넘는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새로운 전기차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아이오닉 5’가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고 제네시스와 기아차, 쌍용차의 전기차도 출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BMW 전기 SUV ‘iX’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도 입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될 전기차는 열 종에 달한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대형 SUV다. 길이가 5m를 훌쩍 넘는 커다란 SUV가 대거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팔리는 SUV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모델은 롤스로이스 ‘컬리넌(길이 5341㎜)’이지만 조만간 컬리넌이 그 자리를 내줘야 할 듯하다.
올해 국내 대형 SUV 시장의 문을 두드릴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GLS’는 컬리넌과 대적할 만한 크고 고급스러운 SUV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5205㎜, 2030㎜로 컬리넌보다 조금 작지만, 앞뒤 바퀴 거리가 3135㎜로 길어 여유로운 뒷자리를 누릴 수 있다. 후미등 아래 크롬으로 장식한 바를 넣고, 옆유리 뒤쪽에 마이바흐 엠블럼을 박아 일반 GLS와 차별화를 꾀했다. 실내 역시 고급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가죽으로 휘감았다. 특히 뒷자리는 귀한 손님을 모시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신경 썼는데, 독립된 두 개의 시트에 전동으로 올라오는 다리받침을 달고 라텍스 베개보다 푹신한 머리받이를 달았다. GLS는 3열, 7인승이 기본이지만, 마이바흐 GLS는 2열, 4인승만 있다. 심장은 최고 출력 550마력을 내는 V8 4.0L 트윈터보 엔진이 담당한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해 깨알같이 연비를 아끼고 출력을 보조한다. 네 개의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하고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E 액티브 보디 컨트롤 서스펜션도 챙겼다.
5세대로 거듭난 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몸집을 더 불렸다. 구형은 길이가 5180㎜였지만 신형은 5382㎜로 훌쩍 길어졌다. 롱 휠베이스 모델은 길이가 5763㎜에 이른다. 덩치가 커지면서 그릴과 휠 사이즈도 더욱 커졌다. 대신 크롬을 잔뜩 바른 가로형 프런트 그릴의 크롬 장식을 줄여 얼굴을 정돈했다. 지나치게 반짝거리던 주간 주행등도 라인으로 단정하게 매만져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실내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운전대 너머에 아날로그 계기반 대신 디지털 계기반이 탑재됐고, 그 뒤로 살짝 구부린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이 업계 최초로 달렸다. 운전대 뒤에 달린 변속 레버도 사라졌다. 쥐고 당기는 방식의 변속 레버가 보통의 SUV처럼 센터 터널에 놓였다. 새로운 에스컬레이드는 개선된 V8 6.2L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m의 힘을 발휘한다. 또 뒤 서스펜션을 4링크 독립식으로 바꾸면서 뒤쪽 공간을 더욱 여유롭게 했다. 캐딜락 측은 3열 무릎 공간이 264㎜ 늘었다고 자랑했다. 이제 3열에도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된 거다. 참고로 기존 에스컬레이드는 덩치는 컸지만, 3열 공간이 무척 옹색했다.
대형 SUV 내비게이터, 한국서 첫 출시
미국산 프리미엄 대형 SUV ‘내비게이터’도 올해 한국에서 정식으로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 팔리는 포드의 링컨 내비게이터는 일반 모델과 롱 휠베이스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롱 휠베이스 모델의 경우 길이와 너비가 각각 5636㎜·2029㎜에 이른다. 시트 구성은 앞에 둘, 2·3열에 각각 셋이 앉을 수 있는 8인승이 기본이다. 블랙레이블 모델은 에비에이터처럼 질 좋은 가죽을 아낌없이 두르고 2열에 독립 시트를 달아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렸다. 내비게이터의 2열 독립 시트는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가 뒤로 눕는 것은 물론 다리받침까지 올라와 순식간에 ‘눕석’을 만들어준다. 실내 디자인은 에비에이터와 비슷하다. 2·3열 시트를 전동으로 접고 펼 수 있으며, 스무 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레벨 울티마 오디오도 챙겼다. 보닛 아래에 얹힌 V6 3.5L 에코부스트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출력 450마력을 낸다.
익스페디션은 포드에서 가장 큰 SUV다.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5635㎜, 2123㎜, 1945㎜로, 내비게이터 롱 휠베이스 모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팔리는 SUV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은 2017년 출시된 4세대다. 시트 구성은 내비게이터처럼 앞에 둘, 2·3열에 각각 셋이 앉을 수 있는 8인승이 기본인데 킹 랜치 트림은 2열에 독립된 시트를 두 개 달아 7인승으로 꾸몄다. 최대 10개의 모바일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4G LTE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과 포드의 최신 음성인식 기술 싱크 3, 준자율주행을 성실히 시행하는 코파일럿 360 등의 기능도 챙겼다. 파워트레인은 V6 3.5L 에코부스트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 출력은 375마력, 최대 토크는 65.0㎏·m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차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차박’ 열풍이 불고 있다. 차박 때문이 아니더라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에 대한 열망은 우리를 커다란 SUV로 향하게 한다. 이들은 과연 올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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