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32] 45세 우즈, 메이저 최다승 가능할까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입력 2021. 1.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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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1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PNC 챔피언십에서 ‘영원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그의 11세 아들 찰리의 모습. ‘파더/선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열리다 올해부터 이름을 바꾼 PNC 챔피언십은 흘러간 옛 스타들이 아들, 딸, 사위 등과 팀을 이뤄 출전하는 이틀짜리 이벤트 대회다. 사진 AP연합

지난해 12월 타이거 우즈(미국)는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아들 찰리(12)를 데리고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의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나간 우즈는 아버지와 너무나도 닮은 아들과 함께 세계 골프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아들이 멋진 샷을 날릴 때면 어쩔 줄 몰라하며 좋아하는 우즈는 예전 냉혹한 승부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저 ‘아들 바보’였다. 세계가 따뜻한 시선으로 ‘골프 황제 부자’를 바라보았다.

2021년 새해가 열리면서 냉정한 현실도 함께 찾아왔다.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낳은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이혼으로 이어진 성 추문 스캔들의 여인들 증언 내용이 다수 담긴 HBO 다큐멘터리 ‘타이거’가 방영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즈의 모습 외에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냉혹한 승부사로 조련되고 여성 편력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우즈의 또 다른 페르소나’가 발가벗겨지듯 대중에게 노출된 것이다.

그와 함께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정말 깰 수 있을 것인가?’ 같은 냉정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옛날의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다큐멘터리가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업보(業報)라면, 여전히 골프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는 그가 골프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는 희망을 갖고 지켜볼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우즈는 지난해 12월 30일 45세 생일을 지냈다. 이제 ‘시니어 투어’라고도 불리는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뛸 수 있는 나이까지 5년도 남지 않았다. 물론 50세를 넘어도 PGA투어에서 뛸 수 있기는 하지만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우즈는 사상 최고의 재기 드라마를 쓴 지난 2019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15승째를 올렸고, 그해 10월 조조챔피언십에서 샘 스니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PGA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82승)을 세웠다.

그가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3승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4승이 더 필요하다.


‘45세’ 우즈 3 불가론도 제기…실력 상향 평준화, 아픈 몸

먼저 나온 것은 비관론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45세가 된 우즈는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깨지 못할 것”이라며 ‘우즈 3 불가론’을 내놓았다. 우즈는 지난해 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단 한 차례밖에 들지 못하며 고전했다. “우즈의 몸 상태는 60대와 같을 수 있는데도 우리는 늘 30세 당시 우즈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 이 매체는 비관론을 펼 수밖에 없는 세 가지 근거를 댔다.

우선 골프계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이다. “2000년대 상위 10명이 1960년대 상위 10명보다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상위 250명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현재가 훨씬 뛰어나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45세 이후 메이저 우승은 전 시대를 통틀어 올드 톰 모리스(1867년 디 오픈), 줄리어스 보로스(1968년 PGA챔피언십), 잭 니클라우스(1986년 마스터스) 등 세 차례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우즈의 아픈 몸으로는 기회가 더 희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CBS스포츠는 “우즈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앞으로도 즐거울 것이지만, 세월이 갈수록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이 아마도 우즈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의 2017년 척추 수술에 대해 설명하는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사진 민학수 기자

우즈, 섭씨 23.8도 이상일 때 성적 좋아…전방 척추유합술과 관련

하지만 베테랑 골퍼 톰 레먼(미국)은 이와는 180도 다른 낙관론을 폈다. 레먼은 “우즈는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우즈는 여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20개 대회에서 더 우승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2019년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날씨와 우즈의 성적을 분석한 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즈의 2017년 이후 성적을 살펴보니 그가 우승한 2019년 4월 마스터스를 포함해 부상에서 복귀 후 거둔 2승을 모두 골프장 온도계가 섭씨 영상 23.8도 이상을 가리킬 때 거두었다. 23.8도 이상을 유지한 대회 성적은 평균 6위였다. 18.5~23.3도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평균 24위였고 한 차례 컷 탈락이 있었다. 온도계가 18.5도 아래로 내려갔을 땐 평균 46위의 성적을 냈고 컷 탈락이 세 차례였다. 날씨만 보면 우즈의 성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이 우즈가 2017년 4월에 받은 ‘전방 척추유합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즈는 11번의 부상과 4번의 척추 수술, 3번의 무릎 수술을 받은 ‘부상 종합병원’이다. 2014년 허리 척추(요추) 5번과 골반 척추(천추) 사이 디스크 등이 튀어나와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됐을 때는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우즈의 극적 재기를 가능하게 한 척추유합술은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고정물로 척추를 고정해주는 방법이다. 전방 척추유합술은 척추의 앞부분으로 접근해 뒤쪽에 위치한 근육과 신경, 관절, 인대 등은 손상시키지 않는 방법이다.

배 교수는 “척추유합수술로 고정한 부위는 이전보다 더 강하게 고정이 되어 튼튼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전의 강한 스윙을 유지할 경우 수술 부위 바로 위와 아랫부분에서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는 운동 범위를 확대하지 말아야 하고 순간적으로 근육의 강한 수축을 유발하는 파워스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우즈가 부상 전보다는 유연한 스윙을 한다고 해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우즈는 이미 여러 차례 허리 수술과 신경차단술 등으로 척추 주변의 근육 손상이 많은 편이다.

배 교수는 “강력하면서도 섬세한 샷을 해야 하는 선수들의 경우 좌우상하 근력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 전에 신중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약간의 균형만 깨져도 스윙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전날에 비해 10타 이상도 타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우즈에게 근육이 수축하는 쌀쌀한 날씨는 경기력에 치명타를 가한다는 분석이다.

PGA투어 전문가들은 2021년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코스들은 우즈가 도전해 볼 만하다고 본다. 4월 마스터스(오거스타 내셔널)와 6월 US오픈(토리 파인스 남코스), 7월 디오픈(로열 세인트 조지스)은 파워 못지않게 전략적인 코스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곳들이다. 로열 세인트 조지스에서는 2011년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가 마흔 셋 나이로 우승했다.

우즈는 1월 28일 토리 파인스에서 열리는 파머스오픈이나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2월 18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시즌을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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