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문'·'낮과밤'·'스위트홈' 무술감독들 말하길 "요즘 드라마, '액션'이 달라졌다"

김지혜 기자 2021. 1.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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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5회 엘리베이터에서의 전투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액션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OCN 제공


한때 ‘액션’은 영화의 전유물이었다. 가족극과 멜로 드라마가 TV를 장악하던 때, 드라마 속 액션이란 ‘퍽’ ‘윽’ ‘쨍그랑’ 같은 효과음 사이에 주고받는 몇 번의 주먹질과 발차기 정도가 전부인 함량 미달의 ‘양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액션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근사한 메인 요리에 가깝다.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판타지, 괴수물까지 점차 드라마의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질 높은 액션 연출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강렬하고 통쾌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무술 연출로 ‘액션 맛집’이라 호평 받고 있는 드라마 OCN <경이로운 소문>, tvN <낮과밤>,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무술감독 3인을 서면으로 만나 드라마 액션의 ‘현재’를 물었다.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1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권태호 무술감독(36), 화제작 <스위트홈>과 <낮과밤>의 액션 연출을 함께 맡은 김선웅 무술감독(35), 영화 <아수라> <신세계>와 같은 선 굵은 영화로 유명한 <낮과밤> 허명행 무술감독(42)은 입을 모아 “드라마에서 액션 연출의 중요성과 주목도가 커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촬영 기법, 편집 기술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발전과 함께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사전준비 기간이 길어진 영향이 큽니다. 액션에 대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이해도도 많이 좋아졌고 촬영 전에 충분한 트레이닝을 거치는 풍토가 자리 잡은 것 등 여러 이유가 있죠. 시청자들이 액션을 보는 안목도 높아졌습니다. 과거 시청자들은 액션이 주는 원초적인 통쾌함에 만족했다면, 최근에는 액션이 얼마나 현실감·개연성을 갖췄는가 등 다방면에서 평가합니다.”

tvN 드라마 <낮과밤>(왼쪽)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의 김선웅 무술감독은 “두 작품 모두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를 오가는 수위를 조절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며 “<낮과밤>의 하얀밤 출신 능력자들과 <스위트홈>의 각종 괴물들의 능력을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능력의 한계치를 넘지 않도록 해서 설정이 파괴되지 않게 연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tvN·넷플리스 제공 제공


드라마 액션의 질적 성장 배경을 묻자, 김 감독은 제작환경 변화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달라진 안목을 꼽았다. 영화와 드라마, 지상파와 케이블 등 매체 구분이 흐려지고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함께 경쟁하게 된 상황에서, 더 새롭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원하는 시청자와 제작진의 요구로 현재와 같은 수준 높은 액션 장면들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드라마 제작 현장과 TV 앞 풍경이 함께 변해가고 있다. 단 하나의 액션 장면을 찍기 위해 2개월 넘는 촬영을 불사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드라마 속 ‘액션 모음집’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아 작품의 인기를 거꾸로 견인하는 일도 잦아졌다. <경이로운 소문>이 5회 ‘엘리베이터 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액션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촬영 전부터 가장 공들인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한정된 좁은 공간 안에서 카운터의 힘과 악귀의 잔혹함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죠.” ‘엘리베이터 신’을 비롯해 권 감독이 <경이로운 소문> 액션 연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든 ‘쉽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잦은 컷 편집으로 정신없는 액션보다 인물의 능력치와 전투 과정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과장된 액션보다 좀 더 사실적으로 인물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위한 준비와 고민들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배우 김남희는 액션 연기를 위해 몇 달 동안 칼을 품고 지냈다. 넷플릭스 제공


권 감독 말대로 이제 액션은 드라마에 시각적인 박진감을 주는 보조적 역할을 넘어서, 복잡하고 내밀한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서사적 기능까지 해낸다. <낮과밤> <스위트홈>의 김 감독은 “인물의 성격을 분석해 액션에 녹이는 것을 좋아한다”며 “<낮과밤>을 예로 들면 제이미(이청아)는 미국 FBI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가정해 정제된 동작으로 합을 구성한 반면, 도정우(남궁민)는 어릴 적부터 발현된 능력을 본능적인 몸동작으로 표현하기 위해 와이어를 활용한 과장된 액션을 보여줬다. 공혜원(김설현)은 열혈 경찰 느낌으로 ‘나쁜 놈은 사정없이 때린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에 응한 무술감독들 모두가 각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은 이유다. 김 감독은 “<낮과밤> 남궁민은 캐릭터 분석면에서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줬다면 김설현은 마치 로봇 같았다. 합도 정말 빨리 숙지하고 보여주는 동작들을 바로 캐치해 본인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스위트홈>의 이시영은 노출 액션을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몸을 만들었고 덕분에 현장에서 지도하는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송강, 박규영도 촬영 전부터 꾸준히 액션 스쿨에서 트레이닝했고 김남희는 몇 달 동안 칼을 품고 살았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낮과밤>의 배우 김설현은 무술감독으로부터 ‘로봇 같다’는 평을 들을 만큼 뛰어난 액션 실력을 선보였다. tvN 제공


영화에 필적할 만큼 화려하고 설득력 있는 드라마 속 액션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사랑받는 ‘K드라마’다운 미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려가 남는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제작 여건 때문이다. <낮과밤>의 허 감독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토대로 제작되는 영화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지만, 드라마는 촬영 중에 대본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액션 신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찍는 경우가 많다”며 “촬영 시작 전에 모든 대본이 나와 있어야 액션 연출을 사전에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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