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제안한 정준영 판사.."실효성 없다"며 구속
재판부, 파기환송심 첫재판서
신경영 선언 거론하며 쓴소리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이어져
"李, 준법경영 의지 보였지만
구체적 재발방지 방안 미흡"
뇌물 86억원도 그대로 인정
삼성측 "재판부 판단에 유감"
◆ 이재용 재구속 ◆
이에 따라 삼성은 작년 2월 준법감시위를 출범했다. 그러나 준법감시위 평가를 맡은 전문심리위원들이 삼성 경영진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결국 최후의 보루였던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 구속을 막지는 못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재판부가 주문한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이었다. 삼성은 재판부 주문을 받아들여 준법감시위를 출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 이 부회장도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자녀들에게 삼성그룹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결국 재판부는 박영수 특검팀 손을 들어줬다.
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묵시적 청탁 성격의 뇌물액 86억원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유지했다. 특경법 제3조는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해 형을 감경하지 않으면 실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앞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0기)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이 크다"며 "심리 중에도 총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1993년 만 51세였던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으로 위기를 극복했는데 올해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인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 2·3회 공판에서도 "외부 요구에 응하지 않으려면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를 출범해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과는 이 부회장 재구속으로 이어졌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하기 전에도 회복적 사법을 강조해 왔다. 2013년 발표한 논문 '치유와 책임 그리고 통합, 우리가 회복적 사법을 만날 때까지'에서는 "가해자의 변화를 통해 피해자는 상처를 치유받고 피해자도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보고서를 올리는 등 과제를 이행한 음주 뺑소니범을 집행유예로 감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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