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짚은 '경소문', 이러다 시즌2 물거품 될라 노심초사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1. 18. 17: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작진 내홍 겪은 '경이로운 소문'에 대한 변명과 아쉬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후반부 터진 불편한 소문 이전에 '코리안 히어로물'의 틀을 완성했다. 이는 장이 작가의 원작 동명 웹툰의 매력인 현지화한 히어로물의 요소에다가 그동안 50여 편의 범죄 장르물을 만들면서 다져진 OCN의 잿빛 세계관이 만나 이뤄낸 성과다.

이 드라마는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한 악귀 사냥꾼 '카운터' 조직에 불운한 성장 과정과 장애를 갖고 있던 고교생 소문(조병규)이 합류하면서 악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초능력을 보유한 히어로들이 대의를 위해 뭉쳐 절대악에 대항한다. 평소 국숫집을 운영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악귀를 처단한다는 데서 <고스터 바스터즈>가, 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가상의 도시는 'DC'의 <베트맨> 시리즈가 떠오른다. 별 볼일 없고 연약한 소년이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은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 이야기다. 괴력, 치유, 사이코메트리 등의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의 모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원형이 있다.

품고 있는 요소와 구도는 할리우드와 코믹스에서 건너온 히어로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데, 배경과 갈등,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학교폭력, 정재계와 관의 부패는 현실적 분노가 판타지에 몰입하게 만든다. 알게 모르게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 원한과 필연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정의구현의 당위성을 쌓는 전개는 무척 가족적이다(물론, 가족주의가 한국형 히어로물만의 특성은 아니다. 할리우드에도 <분노의 질주>시리즈와 같이 가족주의를 이상으로 삼는 대형 블록버스터가 있다).

정재계와 조폭 집단이 하나로 연결되고 무능하거나 부패한 경찰이 지배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귀신, 사이코패스가 연루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이를 해결하려는 정의로운 형사, 특출난 능력(마동석의 주먹도 포함)이나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나 집단)이 사건을 추적하고 범인을 응징하는 설정은 OCN이 오랫동안 고집스레 천착해온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경이로운 소문>의 가장 경이로운 지점은 바로 OCN의 세계관과 원작 웹툰의 드라마가 만나 완성한 코리안 히어로물의 창조다. 십 수 년 간 매해 극장가를 점령하는 히어로물을 즐겼지만 제작이란 측면에서는 진입장벽이 분명 존재했다. 가장 먼저, 특촬물과 구분되는 코스튬을 우리 문화에서 가져본 적이 없다. 초능력과 폭력의 허용과 훨씬 적은 제작비로 구현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새로움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뛰어난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거부감 없는 설정과 현실에 기반한 분노로 뛰어넘었다. 코스튬은 트레이닝복으로 가성비 좋게 해결하고, 근육질 몸을 그 속에 감췄다. 학교폭력, 경찰, 정재계의 부패 등 현실에 있을 법한 부조리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화려한 액션(폭력)에 통쾌하고 시원한 자력구제의 카타르시스를 부여한다. 빌런은 전래된 악귀로 치환했다. 악당들의 무기도 덤프트럭과 칼 등 현실적이다. 초능력을 써서 해결하는 히어로물이지만 우리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까닭에, 할리우드와도 구분되는 이질감 없는 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 악귀와의 대결 구도도 클라이막스를 위해 점점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터트리고, 또 터트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8회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작년 12월 26, 27일 돌연 결방하며 애태우다가 2주 만에 나타난 9회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로만 전개되면서 원작의 매력이던 시원시원한 전개가 사라지고 감정과 갈등, 위기, 눈물, 반전의 빌드업이 시작됐다. 8회까지는 많은 원작팬들의 반응과 달리 드라마화하면서 설정과 디테일의 취사선택과 재창조라는 측면에서도 진일보했다고 평한다. 많은 인물, 상황, 에피소드, 캐릭터가 재편집 및 창조되었고, 이는 굳이 원작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완성도와 관련한 이슈다.

문제는 그 완성도 측면에서 불거졌다. 원작과 갈라서는 건 충분히 괜찮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히어로물의 정체성과 에너지가 융인들의 재판과 함께 사라졌다. 융인들이 발목을 잡는 설정은 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의도한 장치겠지만, 때마침 빌런의 중심이 신명휘 시장(최광일) 에피소드로 넘어가면서 히어로들이 성장할 동력이 차단됐다.

그래서 갑자기 13회부터 완전체가 된 악귀 지청신(이홍내)을 막기 위해 레벨업하는 카운터즈가 와 닿지 않는다. 극의 80%이상 카운터와 팽팽하게 극을 이끌어온 악귀 지청신이 완전체로 거듭나고, 등장하면 한밤중에 더욱 오싹하게 만드는 백향희(옥자연)와 연합했음에도 이른바 '데스매치'는 앞선 회차와 달리 별다른 인상적인 액션씬 없이 영화 <퍼펙트월드>를 찍으며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완전체가 된 악귀를 막기 위해 등장한 융인들의 지팡이는 '하늘나라의 신물'이라기에 너무나 화학적 마감처리가 눈에 띈다. 그만큼 급조된 듯하다. "해리포터냐?"는 하나(김세정)의 반응은 점잖은 반문으로 들린다.

후반부 넘어서면서 <경이로운 소문>은 한국형 히어로물에서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가 되고 있다. 사려 깊게도 모든 등장인물에 사연을 부여하고, 수사물로 균형추가 넘어가면서 혹여나 시청자가 놓칠까봐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일일이 설명한다. 이제 주먹이 나가는 횟수보다 눈물 쏟는 일이 많아졌다. 악당의 사연 자체를 넣은 게 잘못은 아니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그 유명한 투페이스는 빌런의 양면성(사연)으로 새로운 히어로물의 지평을 열은 바 있다. 허나 그 경우는 그 양면성이 서스펜스를 주도하면서 극을 지배하는 반면, 이 드라마에서는 전개나 악귀를 이해하는 데조차 도움이 안 되는 사족이었다.

결국 작가 교체 뉴스가 뜨면서 극 전개에 관한 제작진의 내홍이 알려지게 됐다.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14회에선 카운터즈와 악귀로 변모한 최광일(신명휘)의 물러설 수 없는 격렬한 전쟁이 펼쳐진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돼 엄청난 반전이 쏟아질 예정"이라며 한국형 히어로물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번지수를 확실히 잘못 짚었음을 자인했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깜짝 반전이나 감동이 아니라 매번 난이도가 높아지는 빌런을 무찌르는 히어로의 성장서사다. 끝판대장의 존재 자체가 드라마 내내 위압감을 쌓으며 긴장을 만든다. 그런데 지리하게 진행되다 갑자기 악귀의 령이 쫓기든 들어간 설정과 똑같이 스토리도 급하게 정신없이 전개된다. 장르 정체성에 혼돈이 오고, 초능력의 발전 단계가 너무 가팔라지면서(결계와 소문의 융의 땅 소환 능력) 카운더와 악귀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다. 시즌2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남은 회차 과연 어떻게 수습할지, 아니 기대와 달라진 주파수를 어떻게 맞추며 끝을 맺을지 기대했던 만큼 노심초사 염려가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