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에 선 그은 文.."재판결과 부정한 朴·MB, 국민이 용납 안해"

임성현 입력 2021. 1. 18. 17:15 수정 2021. 1. 18. 1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고민" 여지 남겨
향후 보궐·대통령선거 국면서
사면카드로 판 흔들기 가능성
한명숙 등 정치인도 검토안해
"현장방문 前대통령보다 많아"
소통부족 지적에 적극적 해명

◆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박근혜·이명박 사면론 ◆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사상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병합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은 영상 대화를 통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 최대 화두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일축한 것은 여론의 반발, 특히 지지층의 극렬한 반발 때문이다. 당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사면론을 띄우고 문 대통령이 올해 화두로 '통합'을 제시하면서 이르면 상반기에 전격적으로 사면이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는데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도 막심했다"며 "국민이 받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과거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국민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 이후 여당 내 반발로 '선(先)사과, 후(後)사면검토'로 돌아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면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친 결정적 배경은 무엇보다 오는 4월 보궐선거, 내년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내부, 친문, 호남 등 핵심 지지층에서 극렬한 반대 움직임이 일었다. 당사자의 '사과' 없는 사면에 대한 반대는 물론 사면 자체를 두고 거부감도 크다. 게다가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문 대통령이 과거 특별사면 배제 대상으로 밝혔던 뇌물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원칙'을 깨야 하는 부담도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부패 범죄에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사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의 아픔까지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멀게는 내년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향배가 관건이다. 게다가 여권 측에서 지지세 확장과 야권의 분열을 노리는 선거 카드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통해 판 흔들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내다본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사면 찬성 여론이 많아지거나 두 전직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과'가 나오면 다시 여론 수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정 부담과 지지층 여론을 고려해 박 전 대통령만 먼저 사면하는 '선별 사면'이나 형집행 정지 후 사면으로 이어지는 2단계 사면론도 제기된다.

이런 판단에 따라 여권 인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면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적극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신년회견과 국민과의 대화 등 언론이나 국민과 직접 소통한 것이 6차례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기자회견만이 국민과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방문을 많이 했고 작은 그룹이지만 국민과 서로 양방향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