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안 팔리자 연주법 알려줘..고객 100만명 쑥

신현규 2021. 1. 18.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5년 기타회사 펜더의 생존법
성장 침체에 구독경제 전환
기타교습 앱 무료 체험 제공
전자기타 판매량 두 배 급증

◆ MK 인더스트리 리뷰 ◆

초보자도 기타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펜더플레이` 앱. [사진 제공 = 펜더 홈페이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역사가 75년 된 전자기타 회사 '펜더(Fender)'가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 너바나, 딥퍼플 등이 애용했던 브랜드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많은 뮤지션이 애용하는 기타 브랜드로 자리 잡은 펜더.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물결 앞에서 전자기타 회사 역시 변화를 모색해야만 했다. 그들이 택한 것은 '구독경제 전략'이었다. 펜더는 2016년 '펜더플레이'라는 음악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따라하기만 하면 기타를 익힐 수 있는 일종의 개인교습 앱.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하게 처음에는 30일 정도 무료체험 기간을 줬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집에 있게 되면서 심상찮은 변화가 생겼다. 회사 측은 펜더플레이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파악했다. 그리고 펜더 측은 곧장 30일 무료체험 기간을 90일로 늘리는 파격적 결단을 내린다.

의사결정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이 기타를 배우고 싶어했고, 무료체험 기간을 늘리면 이런 수요들을 더욱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료체험 기간을 늘리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회사의 장기적 매출에 긍정적이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2020년 4~8월 펜더플레이는 신규 고객 100만명을 유치했다. 이 중 20%가량이 24세 이하 청년층이었고, 여성은 45%나 됐다. 펜더 플레이 등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들은 기타 구매까지 늘리면서 회사의 매출 성장에 톡톡히 기여했다. 500달러 미만 저가형 전자기타를 구매한 사람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났다(2020년 3~10월 기준).

신규 고객들이 회사에 가져다 준 것은 기타 구매뿐만이 아니었다. 이선 캐플런 펜더디지털 제너럴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새롭게 추가된 고객들이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행태 데이터는 향후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이 회사는 이런 대량의 행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한 사람이 평생 회사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라이프타임밸류·LTV)을 계산하고 있다.

이를 계산해내면 과연 고객 1명을 새롭게 유치하기 위해 광고비용을 얼마나 써야 최적의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지 과학적 판단이 가능하다. 예전처럼 기타만 팔고 끝났다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경영전략이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덕분에 펜더는 올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CNBC는 2020년 한 해 펜더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7억달러(약 77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