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기주의에 '왕따' 된 신기술금융사

이새하 2021. 1. 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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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금융위 알력 다툼에
투자 놓친 기업들만 속앓이

정부가 벤처투자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부처 이기주의'로 일부 벤처캐피탈(VC)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같은 VC라도 중소기업벤처부 산하 창업투자회사는 각종 혜택을 받고, 금융위원회 산하 신기술금융사는 소외받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중기부와 금융위 '알력다툼'에 기업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부터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모태펀드 출자 대상에서 신기술투자조합을 제외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신기술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 모두 모태펀드 대상이었으나 올해 신기술투자조합만 배제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모태펀드 출자 대상에서 신기술투자조합이 빠졌다"며 "신기술금융사 본업인 신기술투자조합으로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기술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 모두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우는 역할을 한다. 신기술투자조합은 신기술금융사, 벤처투자조합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사 등이 조성한다. 신기술투자조합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데 주력한다면, 벤처투자조합은 벤처기업 발굴에 힘쓴다. 현실에선 벤처기업 양성이라는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각 조합 관할 정부 부처가 다르다는 점이다. 신기술투자조합은 금융위원회 관할인 '여신전문금융업법', 벤처투자조합은 중기부 관할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에 근거를 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벤처투자 주도권을 쥐려는 중기부가 금융위 관할인 신기술금융사를 '역차별'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중기부와 달리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성한 모태펀드 2985억원 출자 대상엔 신기술투자조합도 포함됐다. 신기술금융사 벤처 투자 실적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9년 기준 신기술금융사 투자 실적은 3조2000억원으로 전체 벤처투자금액(8조2000억원)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창업 3년 이내 초기 기업 신규 투자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4%에 이른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모태펀드는 중기부 예산으로 진행된 거라 벤처투자조합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벤처투자조합엔 창업투자회사는 물론 신기술금융사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법상 신기술금융사의 주된 업무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설립인데, 이를 아예 배제했다는 건 중기부가 자기 관할법에 있는 벤처투자조합만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부터 신기술금융사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겸영이 불가능해진 점도 '역차별' 규제로 꼽힌다. 창업기획자란 초기 스타트업을 골라 전문 보육투자를 하는 회사다. 지난해 8월 벤처투자법 개정으로 창업기획자 라이선스를 받은 신기술금융사는 본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반면 같은 문제가 불거졌던 창업투자회사의 경우 중기부가 예외를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창업기획자 겸영이 가능해졌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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