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먼지까지 똑같이 재현.. 우주개발 참여 초석 놓는다

김만기 2021. 1. 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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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연 세계유일 진공챔버 개발
NASA 프로젝트 동참할 카드로
월면토로 벽돌 만들고 달 지도도
우주 나가는 중간기지 설치 목표
건설기술연구원이 보유한 세계 최초의 지반열진공챔버는 높이와 폭이 4.7m, 무게 100t이다. 이 진공챔버는 진공상태의 내부에 먼지를 넣어도 이상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챔버다. 사진=김만기 기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장근 극한환경연구센터장 연구팀이 진공챔버에 월면토를 넣고 진공펌프를 돌리자 화산폭발하듯 월면토가 튀어 오르고 있다. 이는 공기를 품고 있는 흙이 진공상태로 변하면서 기압차가 발생해 공기가 빠져 나올때 함께 튀어오르는 현상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진공챔버 안에 진공펌프를 망가뜨리는 먼지를 넣는다고 했을 때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는 결국 세계 최초로 달 환경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 지반열진공챔버를 개발했다."

지난 2019년 11월 5일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진공챔버를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우주 지상미션에 필요한 연구가 한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없는 거대한 이 실험장비는 우리나라가 우주개발계획 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좋은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과거 오바마 정부때 우주개발계획이 좌초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바이든 정부가 아르테미스 예산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최고의 협상카드' 지반열진공챔버

건설기술연구원 이장근 극한환경연구센터장은 18일 "우리나라가 개발한 기술이 우주의 지상 환경과 똑같이 재연돼 있는 곳에서 검증할 수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기술 격차를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구원에서 진공챔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는 높이와 폭이 4.7m에 100t의 무게로 이뤄진 세계 최초의 '지반열진공챔버'가 있다. 이 장치는 진공상태에 먼지가 날리는 달 환경을 똑같이 재현해낼 수 있다.

챔버안에 먼지같은 월면토를 넣고 진공상태로 만들면 화산폭발처럼 먼지들이 솟아 오른다. 이 현상은 공기를 품고 있는 흙이 진공상태로 변하면서 기압차가 발생해 공기가 위로 빠져 나올 때 함께 튀어 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챔버에 있는 수천만원짜리 진공펌프에 먼지가 들어가면 더 이상 쓸수가 없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고 그 기술을 진공챔버에 적용했다.

■달 먼지도 똑같이 만들었다

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서는 다양한 우주실험을 진행중이다. 연구진은 정전기를 머금은 월면토를 만들어 지반열진공챔버 안에서 실험하고 있다.

달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전기를 머금은 먼지들. 과거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의 사진을 보면 우주복에 모래같은 먼지들이 달라붙어 있다. 이 먼지는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가 오작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공 월면토를 챔버 안에 넣은 뒤 전자빔과 자외선을 쏴서 정전기를 충전한다. 이렇게 되면 달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챔버 안에서 로버 작동과 각종 우주 장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이 가능하다.

또 달이나 우주행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추장비를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이 시추장비는 무게 14㎏, 가로와 세로가 28㎝, 높이 1.5m로 작게 만들었다. 또한 태양열로 작동할 수 있게 소비전력 45W만으로도 최대 1m까지 땅을 팔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시추장비를 지반열진공챔버에 넣고 달의 낮과 밤 환경인 영상 150도와 영하 190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이장근 센터장은 "테스트 결과 우리 드릴장비가 우주환경인 진공상태에서도 작동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검증하기 위해 한번 더 시험중"이라고 설명했다.

■월면토로 벽돌 만든다

건설기술에 강점이 있는 연구원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월면토로 벽돌을 만들었다. 월면토에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를 쪼이면 다른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고도 벽돌처럼 단단해진다. 이장근 센터장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최고 기술이라고 우리들은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융합관의 한 실험실은 달의 지형도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 실험실은 달의 낮과 밤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조도를 제로로 만들 수도 있고 빛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출 수도 있다. 여기에서 로버에 장착된 카메라가 지형을 읽어들이고 이를 이용해 지형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향후 달에 착륙한 로버가 음영지역을 들어갈때 지형을 읽어들이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이장근 센터장은 "다른 연구기관들은 탐사, 주행 등 이쪽으로 포커스를 맞춰 연구중이지만 우리는 지도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탐사 목적은 중간기지 건설

하와이 대학의 슈아이 리 교수팀이 지난 2018년 달의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세계 우주 미션이 급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NASA의 계획은 우선 달에 사람을 정착시키는게 목적이 아니다. 가장 큰 목적은 우주로 나가기 위한 중간기지 건설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로켓을 쏘아 올리는데 연료 80% 이상을 소모한다. 나머지 20%를 가지고 달이나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냈다. 하지만 달에 물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달에 있는 물을 이용해 산소와 수소를 추출해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달에서 다시 화성이나 심우주로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기술이 올라왔을 때 달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달에 있는 헬륨이나 희귀광물 등을 확보하는 임무로 연결될 것이다.

이장근 센터장은 "아르테미스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도 사람이 달에 착륙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것이 메인 목적"이라며 "우리는 달 지상탐사를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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