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도 무대하고파" 에픽하이 정규10집 컴백, 공황장애 딛고 전할 위로(종합)

황혜진 2021. 1. 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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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그룹 에픽하이(타블로, 투컷, 미쓰라)가 완성도 높은 정규 10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에픽하이는 1월 18일 오후 유튜브를 통해 정규 10집 앨범 'Epik High Is Here'의 첫 번째 앨범 'Epik High Is Here 上'(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생중계했다.

이날 오후 6시 발매되는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_'(슬립리스 인 __________)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 정규 앨범은 2017년 발매한 정규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위브 돈 썸띵 원더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타블로는 에픽하이의 근황에 대해 "에픽하이밖에 없는 독립 회사를 시작한 지 2년이 좀 넘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서 열심히 일을 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늦깎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투어를 2020년 전에 굉장히 많이 돌았다. 그렇게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고 집에서도 딸 하루를 위해 아빠로서도 열심히 살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에픽하이는 공연형 그룹이다. 앨범을 낸 후 방송 활동보다는 공연에 집중하며 음악 팬들과 소통한다. 이에 코로나19 시국 속 새 앨범을 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을 터. 타블로는 "얼마 전 유노윤호와 만났는데 비 형도 나오고 형님들도 나오고 자기도 나오니까 옛날에 다 같이 활발하게 활동할 때가 떠오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효리 누나도 활동을 하고 계시고. 어쩌면 우리도 지금 활동하는 게 다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도 생각나지만 미래를 향해 갈 수도 있는 시기에 컴백할 수 있어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정규 10집 하 편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하 편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pik High Is Here(에픽하이가 여기에 있다)’'라는 앨범명에는 2003년 첫 정규 앨범 'Map Of The Human Soul'(맵 오브 더 휴먼 소울)로 데뷔한 이래 온갖 산전수전을 겪고도 꿋꿋이 현 위치를 지키고 있는 에픽하이의 다짐이 녹아 있다. '이 세상에 날 이해할 사람은 없다'라고 느끼는 이들의 곁을 지키겠다는 위로의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타블로는 새 앨범을 상, 하로 나눠 발매하게 된 이유에 대해 "투컷이 너무 힘들다고 죽어도 2 CD를 내지 않겠다고 예전에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투컷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블로는 "마치 어느 영화가 1편, 2편으로 나눠졌는데 연결이 되기 때문에 두 편을 봐야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만 보기에 아쉬운 것 같은 맥락이다. 마블 영화 팬으로서 오늘 상 편은 에픽하이의 인피니티 워, 이어질 하 편은 엔드게임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슬픈 결말은 없는. 이렇게 말하는 데 있어 마블 팬들이 '어디서 감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런 스케일이라는 건 아니고 그런 식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새 앨범 상 편에는 더블 타이틀곡 'ROSARIO(로사리오)(Feat. CL, 지코)'와 '내 얘기 같아(Feat. 헤이즈)'를 필두로 'LESSON ZERO(레슨 제로)', '수상소감(Feat. B.I)', 'LEICA(라이카)(Feat. 김사월)', '정당방위(Feat. 우원재, 넉살, 창모)', 'TRUE CRIME(트루 크라임)(Feat. Miso)', 'SOCIAL DISTANCE(소셜 디스턴스)', 'END OF THE WORLD(엔드 오브 더 월드)(Feat. GSoul)', 'WISH YOU WERE(위시 유 워)'까지 총 10개의 신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ROSARIO'는 타인의 불행과 실패를 바라는 자들에게 통쾌한 일침을 날리는 곡이다. 에픽하이는 트렌디하고 강렬한 힙합에 용기를 잃은 현시대 사람들을 대변해 ‘나는 살아있는 전설이고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외침을 더했다.

'내 얘기 같아'는 슬픈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한 테마곡이다. 에픽하이는 기존 힙합의 틀을 완전히 벗어버린, 영화나 애니메이션 OST에서나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에픽하이 앨범은 수록곡도 타이틀곡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수록곡들 중 타이틀곡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투컷은 "모두가 몸과 마음이 차갑고 얼어붙은 시기인 것 같아 여러분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드리고자 '내 얘기 같아'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게 됐고 그것보다 더 힘든 시기를 내가 최고이고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생각하며 극복하길 바라며 '로사리오'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쓰라는 "사실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우리 에픽하이가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면서 항상 가장 우선시하는 키워드"라며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도, 발표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항상 생각한다. 우리의 경험에 의해, 이 경험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지난 앨범에서는 타블로가 실제로 불면증을 겪고 있어 그분들을 위해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만든 앨범이다"고 설명했다.

미쓰라는 "원래 난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니긴 한데 확실히 무엇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에서 오는 좌절감, 인간관계의 어려움, 내가 해야 할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겹쳐서인지 갑자기 공황장애 증상이 와서 막 녹음을 하다 뛰쳐나가고 그랬다. 그 일을 겪으면서 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지만 혹시 이런 마음의 병이나 혹은 이런 상황에 있는 모든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해가 갑작스럽게 맞이한 코로나19로 인해 공포감을 느낀 해였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한 음악을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타블로는 "미쓰라는 우리 중 제일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그런 일들을 겪는 걸 보고 그래도 겪은 사람이 전달할 수 있는 위로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겪지 않았으면 제일 좋겠지만 겪은 입장에서 위로로 전달하면 어떨까 싶어 가사에 좀 더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피처링 진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수록곡 '수상소감' 곡 작업과 피처링에 참여한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아이는 마약 흡연 혐의에 휩싸여 조사를 받았으며 소속 팀이었던 아이콘에서도 탈퇴했다. 이후 봉사활동을 하며 자숙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타블로는 "에픽하이 같은 경우 협업 상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노래를 가장 완성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함께 가줄 분들을 찾는 데 고민을 많이 한다. 피처링뿐 아니라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모든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더라. 트랙뿐 아니라 멜로디 메이킹을 했는데 멜로디가 좀 아쉽다거나 가사가 막혀 노래가 안 나오거나.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의 반복 속에서도 더 나은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고 계속 수정하고 고민해나가는 순간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는데 어느 하나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없더라. 그렇기 때문에 비아이 군과의 작업 역시 무게감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이 곡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완성도를 만들어준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투컷은 "'수상소감'은 나랑 비아이가 함께 작업한 곡인데 멜로디와 보컬을 비아이가 하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앨범 막바지에 이르러 처음부터 쭉 들어봤더니 이 곡은 이번 앨범에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피처링으로 활약해 준 씨엘, 지코, 헤이즈와의 비화도 공개했다. 타블로는 "씨엘과 지코는 우리가 항상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분들"이라며 "지코가 인터뷰에서 자기 소원 중 하나가 씨엘과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씨엘과 작업하며 지코도 같이 작업하면 뭔가 우리의 소원을 이루면 듣는 분들의 기쁨도 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섭외를 했다. 지코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입소 전까지 우리 뮤직비디오 찍어줬다. 진짜 정신없을 시간에 시간 내준 것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씨엘 씨 역시 감사하다. 그리고 헤이즈 씨는 이 세상에 가장 공감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정규 1집 'Map Of The Human Soul'(맵 오브 더 휴먼 소울)로 데뷔한 에픽하이는 올해 데뷔 18주년에 접어들었다. 그간 완성도 높은 음반들을 토대로 연이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힙합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에픽하이의 음악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에 미쓰라는 "눈보다 마음이 호강하는 음악. 눈으로 호강시켜드리기 쉽지 않으니까 마음이라도 호강할 수 있도록. 그 모토로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타블로는 "만들 때는 우리의 것. 내는 순간 듣는 분의 것. 설명하자면 난 우리의 노래들은 우리의 생각을 담은 것이지만 듣는 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변형되고 바뀌고 그랬으면 좋겠다. 여러분과 함께 자라기도 하고 나이 들기도 하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투컷은 "음악은 인생"이라며 "이제는 음악을 한 시간이 안 한 시간보다 더 길어진 것 같다. 우리 음악을 들어온 시간이 안 들은 시간보다 길어진 것 같다. 이젠 삶을 같이 하는 동반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투컷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지금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쓰라는 "성과보다 희망. 빨리 상황이 나아져 여러분과 한 공간에서 땀 흘리며 뛰놀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타블로는 "에픽하이만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는 성적 이런 것들은 사실 지나고 나면 기억도 안 난다. 오랫동안 그룹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초등학생일 때 에픽하이 팬이 됐는데 우리와 함께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라며 "꾸준히 공연 찾아오는 팬들 중 중학교 졸업했다고, 어느 날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했다고, 취업 성공했다고, 결혼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때 가장 마음이 짠해지고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에픽하이라는 그룹이 20대를 함께한 그룹이다. 미쓰라는 처음 만났을 때 10대였다. 30대도 함께 했고 40대를 함께 시작하는 상황에서 50대, 60대, 70대가 돼도 그때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팬분들을 위해 우리가 아직도 노래를 하고 무대 위에서 신나게 해 드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 길게 오랫동안 팬분들, 관객분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에픽하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아워즈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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