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학회 "삼중수소 공포 과도"..시민단체 등에선 '반박'
[경향신문]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누출 논란이 일고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에 대해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이 “과도한 공포를 가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선 삼중수소가 원전 내부에서 예측하지 못하게 샌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민간 조사단을 구성해 월성 원전을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선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양측 모두에서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대표적인 원자력 학술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성 원전 삼중수소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담긴 물 가운데 일부가 확산이나 누설을 통해 아래로 수집돼 배출되는 것은 정상적인 관리 과정”이라며 “문제가 되는 건 과다한 누설을 잡지 못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간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을 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원전 내부 바닥의 배수관로에 ℓ당 71만3000베크렐(Bq)의 고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 교수는 이를 두고 정상적인 관리 과정의 일부라고 본 것이다.
삼중수소는 몸에서 장기간 축적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몸 속에 들어와도 10일이면 밖으로 배출된다”며 “일각에선 몸 속에 오래 남는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변하는 현상을 우려하지만 그래도 40일에서 1년이면 빠져 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즉각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삼중수소가 섞인 물이 누설된 상황을 ‘정상’이라고 부르려면 사전에 그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전 바닥의 배수관로에서 갑자기 71만3000베크렐의 고인물이 나왔는데 이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행이 가능하다고 해서 예기치 못하게 윤활유가 새고 있는 자동차를 정상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 이사는 “이렇게 고농도로 농축될 동안 한수원이 뭘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관리의 명확한 부재”라고 지적했다. 몸 속 유전자 깊숙이 들어가는 ‘유기결합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과학계에선 “인간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 논란의 규명을 민간조사단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삼중수소 누출과 관련한 입장 차를 떠나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조사가 끝난 뒤 분석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두고 양측에서 모두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는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감시할 수는 있어도 원안위가 완전히 빠지는 건 책임을 외주화하는 것”이라며 “면피용 대책을 세워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교수는 “현재는 삼중수소의 유해성을 논하는 것에 앞서 삼중수소가 새는 부위를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민간조사단 구성은 입맛에 맞는 전문가들을 선정하고 원안위는 뒤로 빠지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원안위가 끝까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민간 조사단에 책임을 넘기는 것은 원안위 존재 가치를 던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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