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조선소 여성 용접공'의 복직을 바라는 뚜벅이들

김광수 2021. 1.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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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김진숙]김진숙씨 청와대행 지지하는 부산시민·노동자 나흘 동안 거리행진
’한진중공업 투기자본 매각저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과 시민들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을 출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국내 최초의 조선소 여성 용접공이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60)씨의 복직과 영도조선소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노동자·시민의 거리행진이 부산에서 시작됐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이 참여하는 ’한진중공업 투기자본 매각저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부산시민대책위) 소속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18일 오후 1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을 출발했다.

‘부산 희망뚜벅이’라는 이름의 행진단 40~50여명은 이날 ‘김진숙 복직’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투기자본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에서 손떼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앞세우며 오후 3시까지 걸었다.

행진단은 이날부터 수요일을 뺀 22일까지 나흘 동안 하루 2시간~2시간30분씩 5~9㎞씩을 걷는다. 첫날인 18일 노포역~부산대역, 둘째 날인 19일 부산대역~부산시청, 셋째 날인 21일 부산시청~부산역, 넷째 날인 22일 부산역~영도조선소 구간에서 행진이 펼쳐진다. 나흘 동안 도보시간은 모두 8시간30분이고 총거리는 27.5㎞이다.

행진단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먼저 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난달 정년을 맞았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이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7월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최초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당시 21살이었다. 노조 대의원이던 1986년 2월 노사 타협주의를 주장하는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 이후 회사에서 부서이동 명령을 내렸고, 이를 거부하자 해고통지서가 날아왔다. 같은해 7월이었다.

해고 뒤 복직투쟁과 노동운동을 했다. 2010년 12월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1년 1월6일 새벽 영도조선소 안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혼자 올라가 309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살을 에는 영도 앞바다의 찬바람과 한여름 폭염에도 고공농성을 멈추지 않자, 전국의 시민들이 이른바 ’희망버스’를 타고 네차례나 부산을 방문해 1박2일의 밤샘농성을 벌였다. 결국 2011년 11월 한진중공업 노사는 정리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했지만, 김 지도위원의 복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 11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던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김 지도위원은 몇년 전 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으나, 지난해 암이 재발했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자신의 복직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등에 들어가자,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달 30일부터 도보로 청와대행에 나섰다. 그는 건강 때문에 월요일은 휴식하고 하루 3시간~3시간30분씩 걷는다. 18일 현재 충북 영동군까지 갔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7일 청와대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의 복직을 지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경동 시인 등을 만날 예정이다.

행진단의 두번째 요구사항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매각 중단이다. 한진중공업이 사옥·부동산 매각 등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자 주채권단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영도조선소를 매각하기로 하고 동부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동부건설컨소시엄이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부산시민대책위는 “사모펀드는 부동산 투기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사모펀드가 영도조선소를 헐값에 사들인 뒤 용도변경을 해서 땅을 되파는 방법으로 이른바 ‘먹튀’를 할 것이다. 그러면 대규모 해고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시 동면의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청와대로 가는 도보 행진을 하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갈무리.

회사 쪽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에 부정적이다. 김 지도위원을 복직시키면 35년치 임금과 퇴직금 등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면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35년 전 판결은 친기업 판결이었다. 2009년 11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보상심의위원회가 김 지도위원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결정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합법적 해고 주장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거부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 전체의 문제이니 국가 소속인 산업은행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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