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왕 통수권의 상징 '군사의례'..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조선은 왕실의 다양한 행사를 정리해 길례(吉禮, 제사), 흉례(凶禮, 장례), 가례(嘉禮, 혼례·책봉), 빈례(賓禮, 외국사신 접대), 군례(軍禮, 군사의례) 등 다섯 가지로 정립했다. 이 중 군례는 군대의 최고 통수권이 왕에게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왕실의 권위를 높이는 수단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3월 1일까지 조선 왕실의 군례를 엿볼 수 있는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조선이 문치(文治)와 무치(武治)를 겸비한 나라였음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군사들의 갑옷과 투구, 무기, 깃발 등을 포함해 176건의 유물을 선보인다.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과 함부르크 로텐바움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시대 갑옷과 투구, 갑주함(갑옷·투구 보관함), 무기 등 40여 점도 들여와 국내 처음 공개한다.
특별전은 1부 '조선 국왕의 군사적 노력', 2부 '조선 왕실의 군사의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조선을 전기와 후기로 나눠 주요 왕대별 병서와 회화작품, 임진왜란과 진법(陣法)에 관한 영상을 통해 조선이 국가 위기 상황을 군사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노력을 보여준다.
각종 무기와 깃발의 배치를 2폭 병풍 8점에 담은 '영진총도 병풍'을 비롯해 태종 때 편찬한 조선 최초의 공식 병서로 세종실록에 실린 '진도지법', 조선 전기 군사전략서인 '진법' 등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왕을 중심으로 거행한 군례를 소개한다. 국왕이 군사를 동원해 사냥하는 강무의(講武儀), 일식 때 무장한 군사를 배치해 해를 구하는 의례인 구일식의(救日食儀), 나라의 나쁜 기운을 쫓는 계동대나의(季冬大儺儀), 왕과 신하가 활쏘기로 화합하는 대사의(大射儀), 전쟁의 승리를 알리기 위한 선로포의(宣露布儀)와 헌괵의(獻馘儀), 국왕의 군사권을 과시하는 대열의(大閱儀) 등 군례의 의미와 내용을 유물을 통해 조명한다.
이 중 가장 화려한 볼거리는 왕이 직접 주관한 진법 훈련이자 최대의 군례인 대열의다. 대열의 전시공간에서는 진법 훈련에 사용된 각종 갑옷과 투구, 무기, 지휘 신호용 깃발·악기·화약무기 등을 볼 수 있다.
고궁박물관은 "갑옷과 투구를 전시한 공간은 대열의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 대형 영상 화면을 배경으로, 왕의 시선에서 장수와 병사들이 사열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현존하는 어진(왕의 초상화) 중 유일하게 군복을 입고 있는 제25대 국왕 철종의 전신 초상화를 비롯해 군사를 동원할 때 사용한 징표인 발병부, 계동대나의 때 역귀를 쫓는 방상시 역할을 하는 인물이 쓰는 가면 등도 전시된다.
별도 공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활쏘기를 체험하고, 군례를 바탕으로 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과 현장접수 인원을 합해 시간당 110명, 1일 최대 90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또 개인 관람만 가능하고, 마스크 착용 및 발열 여부 점검, 관람객 간 거리 두기, 한 방향 관람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운영한다.
박물관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과 문화재청(https://youtube.com/chluvu)·고궁박물관(https://youtube.com/gogungmuseum) 유튜브에서 전시 전경 및 해설 영상을 제공한다. 카카오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MilitaryRituals)에서도 온라인 전시가 진행된다. 또 29일에는 박물관 누리집에서 특별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공개한다.
아울러 오는 21일에는 '조선 왕실의 상무, 군례', 다음 달 4일에는 '조선 시대 군사의례와 복식', '조선 후기 군사 신호체계와 군사훈련' 등을 주제로 하는 강의가 고궁박물관 누리집과 유튜브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고궁박물관 누리집 참조.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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