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와 '기승전공급'..文의 마지막 부동산 승부수

김종일 기자 2021. 1. 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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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론에 힘 실어.."시장 예상 훨씬 뛰어넘을 것"
인센티브로 물량·속도전 예고..4월 선거, 부동산 민심에 달려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월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승전공급'. 문재인 대통령의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의 '부동산' 관련 부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특히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부동산 공급을 특별하게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 연휴 전에 대책을 발표할 계획임을 알렸다.

또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인센티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 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 더 늘리겠다"며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그리고 신규 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겠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속도전과 물량 공세를 언급하면서 이를 위한 동력으로 '인센티브'를 언급한 것이다. 공공 주도 공급에 민간 호응이 적고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적이 없었던 단어다.

해법이 바뀌었다…인식 달라진 문 대통령

분명히 이와 같은 '공급 확대론'은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문 대통령의 모습이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만 해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통한 집값 잡기에 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은 그 효과가 먹히다가 다른 투기 수단을 찾아내는 게 투기 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 대책이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값 문제 해결에 큰 인식의 변화가 생긴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존의 투기억제 정책은 유지하겠다"며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설에는 종지부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언급은 피하면서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 연휴 전에 밝힐 대책에 대해 "저도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 부동산 정책의 키를 변 장관이 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변 장관이 곧 공개할 정책의 대략적인 큰 틀은 이미 공개가 됐다. 우선 변 장관은 "민간과 협력해 국민이 원하는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하겠다"며 정책 방향의 선회를 알렸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는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공공 주도 공급과 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해 온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서울 역세권, 준공업지역, 연립·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서울 307개 지하철역 주변의 평균 용적률은 160% 수준에 불과한데,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최고 700%까지 완화하면 개발이 활성화되고 주택공급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은 시 전체 면적의 3.3%(1998만㎡)로 영등포·구로·금천구 등에 집중돼 있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역세권, 준공업지역, 연립·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은 시 전체 면적의 3.3%(1998만㎡)로 영등포·구로·금천구 등에 집중돼 있다.ⓒ시사저널

변창흠은 '뉴타운 광풍' 비판을 뚫어낼까

변 장관의 이런 구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힘을 실었지만 일단 안팎의 적잖은 반발을 돌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과거 비판했던 '제2의 뉴타운'이라는 지적을 극복해야 한다. 4월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변 장관의 역세권 개발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해 "과거 MB(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 광풍을 몰고 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또 "전면적인 용도지역 상향은 서울 전역의 땅값 급등 등 부작용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고 짚었다. 다음 비판은 민주당 내에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무슨 말일까. 역세권과 같은 서울의 알짜 지역에서 신규 주택사업을 진행하면 그 인근 지역의 부동산은 들썩거리기 마련이다. 지금 시장에 유동성은 넘쳐난다. 해당 토지주는 큰 수익을 거두게 되고, 주변 투기세력이 이득을 챙겨가는 것도 막기 어렵다. '뉴타운 광풍'이란 말 속엔 특정인이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를 독식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것에 대한 반발과 비판이 담겨 있다. 박탈감으로 여론이 폭발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변 장관은 토지주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인허가 간소화는 물론 수익성 확보라는 강한 인센티브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정권의 국토부 장관 입에서 '금기어'가 나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확실히 '인센티브'라는 동력으로 물량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변 장관의 '주택 공급 확대론'에 힘을 실었다. 

드디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전환이 찾아오는 걸까. 새로운 패러다임이 담긴 새 열차가 곧 출발한다. 4월 선거는 공교롭게도 변 장관 취임 후 100일 후인 4월7일 치러진다. 선거의 핵심 변수는 모두가 인정하듯 부동산이다. 진보의 금기를 건드리는 변 장관의 '무한 도전'에 많은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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