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집권당 대표에 라셰트..'메르켈 후임' 경쟁 본격화

이슬기 기자 2021. 1. 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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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지지 받는 라셰트, 기민당 신임 당수에
"총선 앞두고 실용적·유연한 중도 노선 선택"
'코로나 대응 성공' 슈판 장관 잠룡으로 부상
일부 여론조사 "라셰트는 당대표에만 적합"
슈판 외 연정 파트너 기사당 대표 출마도 관건

16일(현지시각) 독일 집권당 기독민주당(CDU) 신임 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AP연합뉴스

아르민 라셰트(60)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가 16일(현지 시각)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이하 기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라셰트가 당권을 회득하면서 '포스트 메르켈' 경쟁에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아울러 메르켈 시대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 기조가 유지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기민당은 이날 원격으로 진행된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라셰트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라셰트는 대의원 1001명 가운데 521명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466표를 받았다. 1차 투표에서는 메르츠가 385표를 확보해 라셰트(380표)와 노르베르트 뢰트겐(224표)을 제쳤지만, 메르츠의 득표 수가 과반에 미달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로 승자를 가린 것이다.

라셰트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올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며 "총리의 국정 운영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또 9월 총선 이후 신임 총리 선출을 언급하며 "더 중요한 선거가 우리 앞에 있다"고도 했다. 기민당과 연합정권을 꾸려온 기독사회당(CSU·이하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대표는 트위터에 "라셰트와 함께 연합정부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적었다.

◇"메르켈 노선 유지해야 넓은 지지층 확보"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당 내 메르켈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보여준다. '16년 장수 총리' 메르켈은 정치 노선과 상관없이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친다는 평을 받아왔다. DW는 이날자 사설에서 "당의 나아갈 길을 고심하던 CDU 대의원들이 메르츠 후보로 대표되는 당의 우경화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며 "메르켈의 기조를 유지해야 더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메르켈은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근거 없는 낙관론 대신 최악의 시나리오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방역 지침 협조를 호소해 대중의 신뢰도를 높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코로나발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재정 필요성을 연설하면서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밝혀 의회의 협조를 얻어냈다. 옌스 슈판(41) 보건부 장관의 차기 총리 대망론 역시 코로나 대응에 대한 호평을 받으면서 나온 것이다.

독일 기독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가16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결선투표를 마치고 CDU 소속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AP연합뉴스

◇"당 대표가 곧 총리? 그건 옛말" 슈판 등판도 관건

특히 슈판이 라세트의 뒤를 이은 당 부대표로 선출되면서 차기 총리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슈판 장관이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22세에 연방하원에 입성해 35세에 재무부 차관을 지낸 그는 세대교체를 원하는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보수진영 일부에서도 지지를 받는다.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명도가 높아진 슈판 장관이 등판할 경우 라셰트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인 '다수당 대표 추천' 공식이 먹히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기민당은 전통적으로 기사당과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다수파인 기민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추대해왔다. 집권당 지지율이 높으면 총리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당 대표에게 총리 후보직이 무조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FOCUS)가 여론조사기관 치베이(Civey)에 의뢰해 이날부터 이틀 간 유권자 1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죄더 기사당 대표를 택했다. 라셰트는 12.1%에 그쳤다. 슈판 장관은 3위를 차지했다. 총선을 위한 당의 간판으로 라셰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메르켈을 이을 차기 총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DW는 죄더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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