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큰 곳만 잘 벌었다..중소게임사는 밤샘에도 월급은 바닥

노재웅 2021. 1.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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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개발사, 코로나로 크런치모드 집까지.."더 힘들어"
해외 투자 막히면서 자금난..임금 체불까지 겪어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표적 비대면 산업인 게임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파이를 고르게 나눠 먹지는 못했다. 코로나19 기간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 종사자들 간의 임금과 노동환경 격차는 더욱 벌어져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대기업 플랫폼 독과점 등 산업 양극화와 중소 개발사 쇠퇴(57.6%)’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등 특정 비즈니스 모델 편중’(33.4%), ‘중국 판호 문제 등 해외 진출의 어려움’(23.7%), ‘글로벌 경쟁력 약화’(19.2%) 순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 정도를 꼽았다.

콘진원이 400개 게임사 140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일에 대한 만족도) 300인 이상 게임사 종사자 60.6점, 5인 미만 49.3점 △(임금·보수 수준 만족도) 300인 이상 74.0점, 5인 미만 34.3점 △(복리후생 만족도) 300인 이상 69.8점, 5인 미만 48.8점으로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 종사자들 간의 업무 만족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소 게임사 종사자들은 특히 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노동환경에 미친 영향을 ‘크게 감소(-100), 약간 감소(-50), 영향 없음(0), 약간 증가(+50), 크게 증가(+100)’을 기준으로 환산해 평균값을 낸 결과, 5인 미만 게임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임금과 고용 안정성, 발전 기회 등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5인 미만 게임사는 임금 -16.4, 고용 안정성 -14.2, 발전 기회 -17.4로 코로나19 발발 이후 근무조건이 더욱 열악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콘진원은 이번 조사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속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는 일부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대다수 중소 게임업체들은 오히려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현재까지 영향은 특히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다만 업무 강도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제도적인 영향과 함께 일거리의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콘진원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크런치 모드가 집까지 이어져 더 힘들어졌다는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업무공간과 개인공간이 분리되지 않음으로써, 회사에 있었다면 퇴근시간을 고려하겠지만 원격근무를 하는 상황에서는 ‘조금만 더 해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해외 투자를 추진하려던 시점에 코로나19가 발생함으로써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고, 그 때문에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여가 밀리게 되었다는 스타트업 종사자의 증언도 있었다. 유사한 사례로, 중소개발사 소속 종사자의 경우 중국 측에서 조달되던 개발자금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끊기게 되어 임금체불을 겪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콘진원은 “스타트업·인디게임 분야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다보면 ‘게임 하나 만들어 발생하는 수입으로 다음 게임을 만들 정도만 유지하겠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자주 듣게 된다”면서 “이러한 소박한 생존전략마저도 코로나19와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는 매우 취약해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자 보호를 넘어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임금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 인디 분야의 게임 크리에이이터 성장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재웅 (rip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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