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역대급 투자 발표에도 넋놓은 삼성전자.."이재용 실형에 발목"

장유미 2021. 1.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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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파운드리 시장서 패권 경쟁 가열..삼성 투자액, TSMC 절반도 안돼
'국정농단' 사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권 경쟁에서 '쩐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로 최대 위기를 맞으며 1위인 TSMC와의 격차 좁히기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돼 대규모 투자 결정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재판장)는 18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3년여 만에 다시 구속돼 '오너 공백'이 생긴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역대급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해 뒤를 쫓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진행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사진=TSMC]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지난 14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Capex)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172억 달러는 물론, 올해 전문가들이 예측한 설비투자액 추정치(190억∼200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에 사용할 예정이다. 5나노 이하 공정 수행을 위해 대당 1천700억∼2천억 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날 공개한 투자금 중 일부는 오는 2029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지어야 할 5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 비용도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이렇게 많은 자금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것은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TSMC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인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최근 첨단 공정의 외주화를 검토하고 있는 인텔 물량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외신들은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개인 PC용 그래픽칩(GPU) 'DG2'를 만들 계획으로, 이 칩은 TSMC 7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그래픽 처리 장치를 시작으로 차세대 플래그십 중앙처리장치(CPU)까지 TSMC 측에 아웃소싱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TSMC의 이번 투자 계획 발표는 삼성전자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벌이고 있는 기술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평택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파운드리 2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까지 실형이 선고되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와 2~5위 수준인 비메모리 사업을 함께 확장해야 하는 상황 속에 총수의 부재로 어떤 곳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며 기술 격차 좁히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쉽지 않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시장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0년 총 시설투자액은 35조2천억 원, 이 가운데 반도체에 28조9천억 원이 투자된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6조 원 정도에 그친 것으로 시장에선 분석했다. 또 올해는 작년의 2배인 12조 원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TSMC 투자액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33조 원을 투자하고 1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으나, 모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대형 M&A는 물론,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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