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예방 접종 간격 깜빡하고 너무 늦게 맞혔다면?
연령대로 보면 어린이가 감염 질환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병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러한 감염병 발생의 예방 대책은 감염원과 그 경로 차단, 살균 및 소독 등 일차적으로 위생 개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예방은 예방 접종이다. 오늘은 '어린이 예방 접종의 모든 것'을 함께 알아보자.
◇ 예방 접종에 중요한 건 '안전성', 효과 좋아도 후유증 심하면 접종 유용성↓
예방 접종은 과거 반복해서 유행했던 천연두를 박멸시켰고,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홍역, 백일해, 파상풍, 결핵 등에 의한 감염병 발생률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예방 효과란 예방 접종 후 병원체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침입한 병원체로부터 방어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 효과는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면역이 충분히 생성하도록 자극하는 백신의 항원성, 항체의 지속성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즉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낮다면 접종은 권장되지 않는다.
예방 접종에선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접종에 의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거나 후유증이 심하면 그 예방 접종은 피하게 되고, 아무리 효과가 좋고 안전하여도 자연 감염의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질병 발생률이 매우 낮은 경우 예방 접종의 유용성은 낮다.
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인체가 외부 물질, 즉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 등을 인식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면역은 기본적으로 수동면역과 능동면역으로 구분한다.
수동면역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서 이미 만들어진 항체를 투여받아 얻게 되는 면역이다. 수동면역은 항체를 투여받는 즉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그 효과는 일시적이며 수주~수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소실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모체로부터 태반을 통해 태아에 전달되는 항체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정맥 주사용 면역글로불린, B형 간염, 파상풍, 홍역, 공수병 등에 특이항체 면역글로불린 등이 있다.
능동면역은 숙주인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감염병을 예방하는 것인데, 수동면역보다 지속 기간이 길며 평생 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 예방 접종은 대표적인 능동면역 수단이다. 체내의 면역반응만 적절히 유발해 자연 감염 시 숙주인 인체의 방어 항체를 상승하거나 특이 면역 세포인 T림프구의 기억 활성을 유지하여 예방하는 것이다.
◇ 백신 항원의 종류는?
▲약독화 생백신=이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야생 바이러스나 세균을 실험실에서 반복 배양하거나 특별한 공정을 통해 변형시켜 만든 백신으로, 인체에 투여했을 때 증식이 가능하여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능동면역을 유도할 수 있지만, 질병은 일으키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소량만으로도 면역력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열이나 빛에 노출되어 백신에 포함된 병원체가 손상되면 충분한 면역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MMR, 수두, 대상포진, 일본뇌염, 독감 생백신 등이 있다.
▲불활성화 백신=이 백신은 병원체를 배양한 후 열이나 화학 처리를 통해 사멸시켜 만든 백신으로 인체 내에서 증식할 수 없어서 감염 질환을 일으킬 수 없으며 인체 내 항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한 면역 효과를 위해서는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해서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하며, 면역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형 간염, 일본뇌염, 폐구균, 수막염구균, 장티푸스균 백신 등이 있다.
◇ 최소 접종 간격보다 짧게 맞았다면 다시 접종해야
예방 접종은 필요성에 따라 기본접종, 선택 접종, 선별 접종, 임시접종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러한 구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백신의 효과와 질병 역학의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백신은 과거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의 발병 빈도가 높고, 사망률이 높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추천하는 '선별 접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후 6~59개월 어린이를 기본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소아청소년과 성인은 선택 접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상의 접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권장하는 접종 나이와 간격을 잘 지켜야 한다. 최소 접종 나이보다 어린 시기에 접종하거나 최소 접종 간격보다 짧게 접종했다면 면역반응이 불충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최소 접종 간격보다 짧게 접종하였으면 그 잘못된 접종은 접종 횟수에 포함하지 말고 그 잘못된 접종으로부터 최소 접종 간격 이상의 간격을 두고 다시 접종해야 한다.
보통 4일 이내의 접종 간격 단축은 '단축 인정 기간'이라고 하여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5일 이상 단축되었으면 잘못된 접종으로 간주한다.
한편, 대부분 백신은 권장하는 접종 횟수를 완료하면 항체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접종이 지연되었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접종할 필요는 없다. 첫 접종 시작 시기와 현재 나이에 따라 전체 접종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연된 각 백신에 따라 따라잡기 접종 일정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또, 예방 접종 수첩 외에 다른 곳에 기록해 두었는지 확인하고 기록이 없다면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나이에 맞게 접종해야 한다.
예방 대상 질환이 같은 경우 일부 백신에서는 다른 제조사인 경우도 교차 접종 후 면역 획득과 이상 반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모든 제조사가 공통으로 면역성, 독성, 안전성에 대한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또한 교차 접종에 관한 연구 보고가 없어서 가능하면 같은 제조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해외 논문 50여 편과 국내 논문 110여 편을 발표했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했다.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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