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나중에 기회를"..첫 언택트 회견에 '돌발변수'

대형화면에 기자 100명 화면과 채팅창 띄워놓고 기자회견
기자실·자택서 참여..'서해갯벌 앞' 참여 기자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나중에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언택트' 신년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참여 기자의 질문이 끊기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이렇게 말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기자회견’을 120분 동안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방식과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기자 20명이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한 뒤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또 화상회의 방식으로 기자 100명이 참여했다. 이 두가지 방식으로 참여하지 못한 기자 160명은 SNS메신저 채팅창을 통해 질문을 모아 질문하도록 했다.

기자단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데다 작은 화면 탓에 기자들 소속과 성명 확인이 어려웠던 만큼 번호가 써있는 팻말을 들어 질문 기회를 얻도록 했다.

문 대통령의 맞은편에는 온라인 참여 기자 100명의 모습을 전부 볼 수 있는 대형 화면이 설치됐다. 화면 한켠에는 기자단 채팅창도 띄웠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정각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뒤 자리에 앉아 기자들 모습이 띄워진 화면을 좌우로 훑어봤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형 화면의 기자들과 현장 기자들을 번갈아 보며 말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비대면 화상회견은 처음 해보는 방식"이라며 "매끄럽게 진행되련지 걱정되긴 하지만 서로 협력해서 좋은 소통의 시간이 되고 국민들께도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대형 '방송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기자회견 총연출을 맡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15일부터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 리허설을 4차례나 진행하면서 기자단의 개별 인터넷 연결 상태와 영상, 음향, 조명 상태까지 세세하게 점검했다.

다만 온라인으로 참여했던 한 국내 영자신문 기자가 질문을 할 때 음성이 고르지 못하게 송출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약속된 대로 일단 다음 순서로 넘어간 뒤 추후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해당 기자의 연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질문을 하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영국 일간지 기자가 질문할 때는 마스크 탓에 음성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서 현장에 있던 통역사가 기자의 질문을 2차례 되묻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결국 3번째 만에 마스크를 벗고 "재벌개혁에 관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느냐"고 다시 질문했다.

화상회의에서만 가능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부분 춘추관 기자실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여한 가운데 일부 기자들은 자택에서 참석하기도 했다.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실내가 아닌 서해안 갯벌 앞에서 인터넷 연결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번 회견은 예년과 같이 사전에 정해진 질문이나 순서가 없는 '각본 없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방역·사회 분야, 정치·경제 분야, 외교·안보 분야 순서로 진행하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중간중간 다른 분야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회견 관행대로 첫 질문을 맡은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가 여론의 관심이 가장 높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부동산 문제에 관해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첫 질문자로서 특권을 너무 많이 행사하신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사면과 부동산 문제에 관해선 이미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질문인 만큼 신중하면서도 막힘 없이 답변을 했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아동학대 등 현안 질문이 연이어 나오자 사회를 맡은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방역과 관련된 질문을 하기로 돼 있는 시간"이라며 알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방역 관련 질문하실 분만 팻말을 들어달라"며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별로 질문이 없으시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윤 총장 질문에는 "어…"라며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서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날 현장과 온라인에선 각각 10명, 14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다. 채팅창에선 질문 3개이 취합돼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