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이민위천, 남북동포에게 밥이 하늘이다 / 권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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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2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는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북한이 이민위천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통치 방식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대표하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여"라고 적혀 있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민위천은 말의 성찬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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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난 5~12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는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2016년 제7차 당대회도 같은 곳에서 열렸다. 5년 전 행사장 안 좌우 벽에 걸렸던 ‘백전백승’, ‘일심단결’ 구호는 이번에는 ‘이민위천’, ‘일심단결’로 바뀌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대회 폐막식에서 “요란한 구호를 내드는 것보다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 3가지 이념을 다시 깊이 새기는 것으로 구호를 대신하자”고 말했다.
이민위천은 ‘인민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민위천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통치 방식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대표하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 당 규약을 개정해, 사회주의기본정치 방식으로 규정된 선군정치를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대체했다.
북한이 요즘 들어 이민위천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이민위천을 자주 사용했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여…”라고 적혀 있다.
이민위천은 2000년 전 중국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온다. 조선시대 가뭄이나 홍수로 백성이 굶주리면 임금들은 이민위천을 인용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민위천’ 휘호를 쓴 바 있고,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국무총리도 한글날 경축사에서 이민위천을 언급했다.
<사기>는 이민위천을 이렇게 설명한다. ‘왕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결국 밥이 하늘이란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민위천은 말의 성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8천만 남북 동포가 고통받고 있는데도 남북은 첨단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하는 것은 백성이 있기 때문인데, 백성이 있어도 돌볼 줄 몰라서 굶주리고 춥고 곤궁해서 원망하고 저버리는 마음을 일으키게 된다면 백성은 임금의 소유가 되지 않을 겁니다. 누구를 데리고 임금 노릇을 하겠습니까.” 중종 19년 1524년 홍문관 직제학 민수천이 올린 상소의 일부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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