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인데.." 홀로 뒤처지는 삼성 [이재용 구속]

2021. 1. 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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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또 구속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시기에 하필 삼성전자는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투자로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려야 하지만 하필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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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3년 만에 다시 구속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시기에 하필 삼성전자는 리더십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업계는 코로나 수혜를 더해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기를 맞이할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삼성을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는 대만의 TSMC가 사상 최대 투자를 예고한 시기와 겹쳐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2019년 4월 천명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만 TSMC에 1강 내주나…'뉴삼성' 초격차 전략 직격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9년 684억3300만달러에서 작년 846억5200만달러로 23.7%나 급등했다. 올해는 896억8800만달러(약 9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언택트 열풍이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켰다. 주요 산업마다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자동차에 이어 스마트폰 생산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특히 초미세공정의 기술력이 핵심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다. 5G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이에 필수 요소인 AP(Application Processor, 앱 구동 담당 핵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도 현재 두 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에서 양사가 이미 다른 업체를 따돌리고 압도적인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변수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다. TSMC의 1강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투자를 강행하며 가까스로 2강 체제까지 올랐다. 현재 시장 점유율 1위가 TSMC(54%)이며, 삼성전자가 17%로 뒤쫓고 있다. 그 뒤로는 UMC나 글로벌파운더리스 등이 점유율 7% 수준이다.

현재로선 2강체제이지만 TSMC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설비투자(250억~280억 달러, 한화 약 27조~31조원)를 강행하기로 발표하면서 다시 1강체제로 돌아갈 위기도 불거지고 있다.

TSMC는 이 같은 설비투자 대부분을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등 초미세화 공정에 투자할 예정이다.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엔 한 대당 2000억원에 이르는 극자외선 장비(EUV)가 필수다. 이를 크게 늘리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TSMC는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외주화를 검토 중인 인텔의 물량 역시 TSMC가 확보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개인 PC용 그래픽칩(GPU) ‘DG2’를 만들 예정이며 이 칩은 TSMC 7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취 감춘 대형 M&A…지휘관 잃은 삼성, 미래투자 올스톱 위기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투자로 TSMC를 추격해야 하지만, 중차대한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에 따라 대규모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LG나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대규모 M&A나 투자 유치에 뛰어든 반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후 현재 굵직한 M&A는 실종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는 1기당 30조~40조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된다. 수백~수천억원대까지는 전문경영인이 결정할 수 있겠지만 수십조 단위는 문제가 다르다”면서 “대규모 투자는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 논의·결정하는데 총수가 구속되면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필 TSMC가 사상 최대 실적과 투자를 강행할 시기에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를 맞이한 것”이라며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 기회를 놓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2강이 아닌 1강 체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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