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강조한 文 기자회견에 전문가들, "단기 공급책 없으면 집값 못잡는다"

허지윤 기자 2021. 1.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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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설 연휴 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패를 인정한 것은 물론 "공급은 충분하다"던 기존의 인식을 전환한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단기공급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주택 공급 대책과 함께 단기에 공급을 늘릴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개최한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부동산 안정화 실패 원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그 연유를 생각해보니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세대가 늘어났다"며 "예전에 없던 세대 수 급증으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의 물량에 대한 수요가 더 초과하게 돼 이에 따른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동산 안정화 실패 원인으로 ‘저금리에 따른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 ‘가구 분화에 따른 세대 수 급증’을 지목한 것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늦게나마 시장의 주택 수요를 ‘인구’가 아닌 ‘가구(세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지난 몇 년간 집값 하락론자들의 주요 근거가 ‘인구 감소’였다. 정부도 공급은 충분하다는 인식하에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인 만큼 수요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1·2인 가구 등 가구 수 증가로 주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니 공급을 늘리라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날 기자회견 후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수요는 인구가 아니다. 가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주택 수요 증가를 인정하고 공급 대책을 확대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2020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가구 수는 2309만3108가구로 사상 최대치로 증가했다. 이 중 1인 가구가 906만3362가구로 39.2%를 차지했으며, 1·2인 가구 합계 비중이 62.6%까지 늘었다. 4인 이상 가구 비중은 20%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역세권 고밀도 개발 등의 대책들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단기 대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공급에 힘을 쏟아도 집값을 잡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양도소득세를 낮춰 당장의 입주 물량을 늘려야 한다"면서 "중장기 주택 공급대책만 내놓으면 시장 안정화까지 4~5년 걸린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유인책 없이는 단기 주택 공급은 어렵다"면서 "이를 하지 않고 전셋값이라도 안정화하려면 전세 전환 시 집주인의 보유세를 줄여주는 등의 혜택으로 전세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라고 했다.

박합수 위원은 "시장의 공급에 대한 갈증을 찔끔 채우는 수준으로는 (시장 안정화가) 안 된다"며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 신도시 주택 물량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해 시장의 수요를 단시간 내에 제압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대출 규제가 지목된다는 질문에 대한 답은 미뤘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제한을 두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길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마치 지침을 내리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의 조치가 따라줘야 두려움에 집을 사는 이들을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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