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와 '38도' 전..그림으로 성찰하는 코로나 시대

도재기 기자 2021. 1. 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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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온택트’(공근혜갤러리), 젊은 작가 김태연·박진희 2인전
·‘38℃’(학고재갤러리), 국내외 작품 16점의 소장품 전

공근혜갤러가 코로나 시대를 다룬 기획전 ‘온택트(On-Tact)’를 열고 있다. 젊은 작가 김태연, 박진희의 2인전이다. 김태연의 ‘흑우-심해’(한지에 채색, 200×270㎝, 사진 왼쪽)와 박진희의 ‘늪지 정원’(캔버스에 유채, 230×170㎝). 공근혜갤러리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계속되면서 개인의 일상 삶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그 영향이 심화되고 있다. 여느 분야처럼 미술계에서도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갖가지 파장이 주요 화두가 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시대의 산물들이 작품이나 전시의 주제·소재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근혜갤러리의 ‘온택트(On-Tact)’ 전(2월 21일까지)과 학고재갤러리의 ‘38℃’ 전(31일까지)도 코로나19 사태를 여러모로 성찰해보자는 기획전이다.

‘온택트’ 전은 30대 작가 김태연, 박진희의 신작을 만나는 2인전이다. 공근혜갤러리가 지난 해부터 이어온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의 제 3부다. 이 시대의 한 단면을 두 작가는 서로 다른 감각과 표현방식으로 담아내 작품들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흥미로움도 있다.

한국화를 공부한 김태연은 전통적 소재가 아니라 온라인 가상공간, 특히 게임 매니아로서의 실제적 경험을 화면에 녹여낸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온라인에서 인간 관계의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렸다고 한다. 작업의 소재는 온라인 게이머들이다. 만난 적은 없지만 게임 중 나눈 대화나 게임 캐릭터 등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 인물들과 그들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연작 ‘흑우’가 대표적이다. ‘흑우’는 레벨업에 집착하거나 지나친 게임상품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호구를 뜻한다. 비대면,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이지만 상대가 낯설지 않아 친구같은 경우도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보편화되는 온라인 만남 속에 비대면을 강요받는 시대라 눈길이 더 쏠리는 작품들이다.

박진희는 늪지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투영한 추상적 서양화를 선보인다. 박 작가에게 늪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지만 갖가지 생명체가 저마다 활발하게 살아가는 자연생태계의 근원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 미술공부를 한 그는 기존의 설치작업이 아니라 근래엔 회화, 특히 생명의 산실인 늪지를 그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자신에게 좀더 몰입하게 됐다는 작가는 작은 공간에서도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깨달은 시간이라고 한다. 일부 작품들 속의 무지개가 어둡게 표현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상징하는 듯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관계, 생명에 대한 경외심 등을 생각케하는 작품들이다.

학고재갤러리의 소장품전 ‘38℃’의 전시 전경 일부. 이우성 작품(왼쪽 부터 2점)과 팀 아이텔 작품(정면 오른쪽), 오른쪽에 아니쉬 카푸어 작품이 보인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38℃’ 전은 갤러리 소장품전이다. 박광수, 아니쉬 카푸어, 안드레아스 에릭슨, 이안 다벤포트, 이우성, 장재민, 주세페 페노네, 천원지, 팀 이이텔, 허수영 등 국내외 작가 10명의 작품 16점(회화 14점, 판화 2점)이 나왔다.

전시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몸, 정신, 물질, 자연 등 4개의 범주로 나눠 살펴본다. 이우성과 팀 아이텔의 작품은 몸, 카푸어와 박광수 등의 평면 작품은 정신의 범주에 포함됐다. 주사기와 페인트를 활용하는 이안 다벤포트나 공업용 소재인 에폭시 레진을 쓰는 김현식의 회화는 물질성을 드러낸다. 본적 없는 한국의 지리산을 스웨덴의 작업실에서 추상적으로 표현한 에릭슨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거대한 화면에 담은 허수영의 ‘숲’ 등은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명의 38℃는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목욕물 온도이지만, 이 시대에는 바이러스 감염의 징후로 누구나 화들짝 놀라는 체온이다. 체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새삼 인간의 몸, 나아가 세상과 자연 만물 속 인간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결국 인간의 몸과 정신은 자연, 물질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뗄 수 없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전시는 말해준다. 전시는 온라인 갤러리인 ‘학고재 오룸’에서도 진행 중이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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