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SK-LG, 美 특허청 '각하 문구' 놓고 공방(종합)
LG에너지 "무효 가능성 높다는 뜻 아냐..결과적으로 각하한 것"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SK이노베이션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특허는 무효'라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기각한 결정과 관련해 "이번 이슈의 본질은 LG 특허의 무효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 측의 주장이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PTAB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 심판(IPR) 2건에 대해 조사 개시 거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PTAB는 지난해 11월에 각하한 6건까지 SK이노베이션이 청구한 총 8건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절차적인 이유로 각하됐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중 미국 특허청에 IPR이 신청됐더라도 대부분 개시됐기에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8건의 IPR을 신청했는데, 지난해 9월부터는 청구된 IPR이 ITC에도 제기될 경우 중복 청구로 보고 각하하는 정책으로 변경해 자사의 IPR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벨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IPR을 신청할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LG의 특허를)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신청한 건 당연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PTAB가 IPR 신청을 각하하면서도 '합리적인 무효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PTAB는 쟁점이 되고 있는 517특허(한국 310특허)에 대해서도 각하 결정문에서 "신청인이 특허 무효에 관한 강한 근거(a reasonably strong case on unpatentability)를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임 센터장은 "310 특허는 지난 2011년 한국 법원에서 무효라는 판결까지 났었던 특허"라며 "미국 특허청의 정책 변경으로 IPR이 각하된 것에 대한 논쟁은 필요없다고 생각되며, SK이노베이션은 특허 무효에 대해 소송 사건에서 명확하게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선 ITC와 중복으로 청구된 IPR에 대해 각하하겠다는 정책을 PTAB가 처음 발표한 건 2019년 11월이라고 본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한 시점(2020년 9월)보다 1년가량 앞선다. SK가 PTAB의 정책 변화를 모르고 어차피 각하될 IPR을 요청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애플이 미국의 전자결제 업체인 핀티브(Fintiv)를 상대로 제기한 IPR과 관련해 지난해 3월 PTAB가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고, 5월에는 조사 개시가 각하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PTAB는 당시 이 건이 선행 사례로 계속 참고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중복 청구를 각하한다는 PTAB의 기조는 지난 2019년 말부터 이어져 왔는데도 SK는 비용까지 들여가며 8건을 신청했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PTAB에서의 신청이 모두 각하돼 기회를 상실한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PTAB가 IPR 신청을 각하하긴 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무효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는 SK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 해당 문구는 'SK이노베이션이 조사 개시를 위해 무효와 관련한 쟁점을 주장했다'는 뜻이지, 무효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조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6가지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으로, 실제로 특허가 무효인지 여부는 상당한 사실관계와 권리범위 확인 등을 면밀히 조사한 후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보통 PTAB은 6개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SK가 주장하는 건 이 중 1개 요소에 해당한다"며 "만약 이 부분으로 인해 특허가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이 컸다면 PTAB은 조사를 개시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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