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다윗 VS 골리앗 싸움'..정치권 개입 '핫이슈'로

2021. 1. 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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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6일 재개 논란 쟁점은
공매도-주가 하락 상관관계 미약
기관·외국인에 유리..개선책 시급
"공매도 주체 수익성 공표" 주장도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3월16일 풀리는 가운데, 공매도 이슈가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공매도 재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금융당국과,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 및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수 하락 효과 여부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전 두차례 공매도 금지 조치 및 재개와 주가 하락 간 상관관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첫 공매도 금지 당시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조치 첫날인 2008년 10월 1일 1439.67에서 같은달 27일 장중 892.15까지 38%나 급락했다. 그러나 조치 마지막 날인 2009년 5월 29일에는 1395.89로 회복됐다. 또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440.95에서 245.05(10월 28일 장중)로 44.4%나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공매도 금지 마지막 날에 528.79로 첫날 대비 19.9% 반등에 성공했다.

유럽 재정 위기로 석 달간 공매도가 금지됐던 2011년에는 공매도 금지 첫날인 8월 10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806.24, 453.55였고 마지막 날인 11월 9일엔 1907.53, 509.41로 반등했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11월 10일 코스피지수는 1813.25로 전일 대비 4.9%, 코스닥지수는 488.77로 4.1%나 각각 급락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그해 12월 9일엔 코스피지수는 1912.39, 코스닥지수는 507.60으로 회복됐다.

종합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공매도 금지=지수 상승, 공매도 재개 및 유지=지수 하락’의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매도 금지 및 재개의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난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경영상태가 안 좋거나 자금 사정이 악화돼 주가가 하락할만한 종목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강한 상승장의 흐름에서는 공매도가 들어온다고 해도 뚜렷하게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한적 시장 참여자

공매도 시장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린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의 시장 접근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는 대차시장에서 낮은 수수료에 1년간 주식을 빌릴 수 있다. 반면 개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에 90일 이내 빌린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증권금융을 중심으로 대주시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보유자가 자신의 주식을 빌려주겠다는 대주 동의 절차가 여전히 대주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정보 접근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의도를 갖고 공매도를 활용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내부자가 공매도를 하거나 대량 허수성 공매도 호가로 인위적으로 시세 조정에 개입할 경우 이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 미비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성명서 등을 통해 “공매도 70% 이상을 외국인이 점유하고 있어 한국만큼 개인 투자자에게 영향이 큰 시장은 없다”며 “공매도를 재개하려면 금융당국은 공매도 주체들의 수익을 조사한 통계부터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실효성

금융위원회가 현행법상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최근 과징금 강화, 대차거래기록 5년 이상 보관 의무화 등 사후 처벌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같은 대책을 놓고 기관을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상당 부분 대책이 개선됐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맞선다.

시장 변동성, 특히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수익률이 일반 투자 수익률을 넘어선 것도 이같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의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란 제목의 논문에서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3년 동안의 일별 공매도·신용거래(융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 수익금이 9175억5000만원, 신용거래 수익금은 233억6000만원이었다. 공매도 거래는 규모에서 신용거래 금액의 절반 수준이지만 일평균 수익은 12억5007만원으로 신용거래 일평균 수익(3182만원)의 39배에 이르렀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공매도 투자 수익성이 높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매도가 몰린 종목일수록 실제로 주가가 내렸다는 의미로, 공매도 세력은 천문학적인 국민 재산을 탈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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