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악한 적 직시하고 동맹 강화할 때다

기자 2021. 1. 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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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4년 한국 안보에 재앙

정상회담 쇼에도 北核 더 증강

한미 FTA 파기도 간신히 면해

바이든 외교라인 어벤저스팀

김정은 善意 기댄 정책 버려야

전단法 폐기와 제재 강화 시급

광기와 독설로 점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이제 이틀 남았다. 지난 4년간 트럼프는 법 위에 선 황제처럼 행동해 민주주의 정치의 위기를 초래했고, 동맹 무시 행태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균열시켰다. 트럼프는 대한민국 안보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후엔 북폭 엄포를 놓다가 이내 김정은과의 ‘쇼 외교’로 돌아섰다.

‘화염과 분노’ ‘그 일이 일어난 방’ ‘경고(A Warning)’ 등 백악관 난맥상이 담긴 책을 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게리 콘, 국방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가 나서지 않았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폐기되고, 주한미군 철수에 이어 한·미 동맹 해체도 가시화했을 것이다. 그런 일 없이 트럼프가 역사 무대에서 퇴장하게 돼 안도감이 느껴진다. 한·미 동맹이 트럼프 시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겨낸 것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그 자체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큰 기회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에 앞서 발표한 인사를 보면 ‘외교 어벤저스 팀’이라 할 만하다. 국무부 장관 지명자 토니 블링컨,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핵심인사고,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윌리엄 번스는 30년 경력의 외교 베테랑이다. 국가안보회의(NSC)엔 노장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기후변화 특사,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 합류하고,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내정책 조정관으로 입성한다.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를 성공시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적 경륜이 가장 많은 지도자다.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할 경우 대한민국은 글로벌 도약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때 훼손된 동맹 외교를 복원하고 강화해 민주주의 가치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동맹국들과 연대 전선을 구축해 전체주의적인 중국의 관행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로 화웨이의 5세대(G) 진격을 주저앉힌 데 머물지 않고 민주주의 10개국(D10) 중심으로 첨단 테크놀로지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면 미·중 신냉전은 전면화할 것이다. 대중 의존도 때문에 한국에 충격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등이 ‘D10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이든 시대를 국운 융성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외교안보팀을 혁신해야 한다. 트럼프식 톱다운 외교 시대는 끝났다. 앞으론 외교 고수들과의 심층 협상이 중시된다. 동맹에 무지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북한 문제에만 집중해온 서훈 국가안보실장, ‘우주의 기운이 한반도로 집중한다’고 요설을 펴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으로는 바이든 팀 인사들과 한반도 전략을 논의하기 어렵다. 바이든 당선인처럼 문 대통령도 동맹 외교전문가들로 한국판 어벤저스 팀을 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바이든 행정부와의 공조가 겉돌면서 한국이 변방으로 밀릴 수 있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 선의에 기반한 대북 정책을 바꿔야 한다. 북한은 8차 당 대회 때 핵 무력 강화 방침을 천명하며 대남용 전술핵과 대미용 다탄두 ICBM 개발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시대 미·북 회담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성사됐는데, 이제 그 전제가 없어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양산을 선언한 만큼 한·미도 핵 억지력 및 제재 강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셋째,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 가치에 입각한 외교를 해야 한다. 홍콩국가보안법 사태에 침묵한 문 정부가 김여정 주문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비판이 거세다. 문 대통령이 바로 잡아야 한다. 탈레반식 외골수 친중·친북 정책으로 버티면 정권도 실패하고, 대한민국도 국제 외톨이가 된다. 매티스는 2018년 12월 사임 서신에서 “동맹을 존중하고 사악한 적들을 직시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충고했다. 동맹중시론자 바이든 당선인 취임에 앞서 문 대통령이 새겨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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