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 줄로 읽는 고전>존재와 시간은 서로 인대(因待)한다

기자 2021. 1. 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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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로 말미암아 시간이 만일 있다면, 존재를 떠나서 시간은 어디 있을 것인가.

"시간은 지속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이 되는 것이며 우리들이 바로 시간"이라며 "시간은 나를 이루는 본질이다. 시간은 강물이어서 나를 휩쓸어가지만, 내가 곧 강"이라고 밝혔다.

이들 말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시간은 왜 환상인가? 그것은 시간이 인대한 존재 자체가 자성(自性)이 없는 환(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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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고유시(因物故有時) 이물하유시(離物何有時) 물상무소유(物尙無所有) 하황당유시(何況當有時)

존재로 말미암아 시간이 만일 있다면, 존재를 떠나서 시간은 어디 있을 것인가.

그런데 어떠한 존재도 (실체로서는)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에 시간이 있을 것인가.

인도 학승 나가르주나(150∼250)의 저서 ‘중론(中論)’ 중 ‘시간의 고찰’에서 뽑은 글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광맥을 캐는 광부’라고 자칭했던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고찰 끝에 이런 답안을 내놓는다. “시간은 지속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이 되는 것이며 우리들이 바로 시간”이라며 “시간은 나를 이루는 본질이다. 시간은 강물이어서 나를 휩쓸어가지만, 내가 곧 강”이라고 밝혔다.

내가 왜 강인지를 생각해본다. 그건 내가 태어난 시간과 함께 저들도 태어났기 때문이며, 내가 죽으면 저들도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강물은 나와 함께 태어났고 나와 함께 죽을 것이다. 이를 철학자 다니엘 폰 체프코는 “시간은 나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나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꿔 말했다. 이들 말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우주도 시간과 함께 태어났다. 모든 존재는 생멸(生滅)하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고 또한 시간이 경과하기 때문에 생멸한다. 나가르주나의 말대로 존재와 시간은 서로 인대(因待)한다. 만약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시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시간의 없음을 여실히 보게 될 때,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고 생각하는 자아(自我)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과 자아는 실체가 없는 하나의 허구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하나의 환상”이라던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의 말이 생각난다. 시간은 왜 환상인가? 그것은 시간이 인대한 존재 자체가 자성(自性)이 없는 환(幻)이기 때문이다. 존재와 시간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로 귀결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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