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중국 표절게임 방치..안일한 대응 도마

30% 수수료에도 생태계 보호에 무신경

표절 게임 가이드 화면. 파일이름도 皮?丘(피카츄 중국어표기)다. 고유명사까지 그대로 배껴왔다.

중국산 표절게임이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2주 넘게 노출되면서 구글플레이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30%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생태계 보호와 이용자 피해 방지에는 무신경하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30위권 게임에 표절 의혹을 받는 A 중국게임이 보름가량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게임은 중국 개발사가 제작해 한국에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으로 일본 IP '포켓몬'을 무단 도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그래픽만을 도용하는 중국게임과 달리 사운드 리소스뿐만 아니라 '피카츄' '파이리' 등 고유명사까지 그대로 가져다 썼다. 설명을 자세히 읽지 않으면 표절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원조 포켓몬 게임보다 만듦새가 뛰어나 지난해 12월 26일 출시 이후 3일만 인 29일 무료 게임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달 4일에는 매출 30위를 기록했다.

구글의 방관을 보다 못한 포켓몬 팬층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한국에서 포켓몬 IP 권리를 가지고 있는 포켓몬코리아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구글플레이는 뒤늦게 검색과 다운로드 결제를 막았다.

그러나 해당 게임사는 구글이 제공하는 G페이와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으로 결제를 유도하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은 서비스가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불도 받지 못할까 불안에 떨고 있다. 개발사가 한국에 지사를 내지 않았고 연락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환불 문의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게임의 선례도 여럿이다.

불법 게임에 속아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 피해가 예상된다. 수일간 불법 게임을 내버려둔 구글의 행태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구글이 사전에 조치했다면 이러한 일은 없었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구글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구글은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사항에 대한 명확한 신고가 있을 때만 대응한다.

한 이용자는 “구글이 30% 수수료로 안드로이드 시스템 고도화와 이용자에게 안전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표절 게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매출 상위권에 오른 게임이라면 빠르게 확인하고 조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불똥은 애꿎은 한국게임에 튀었다. 포켓몬 IP 원산지인 일본에서 A게임이 한국 게임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됐다. 한글이 적힌 해당 게임 프로모션 이미지가 게임커뮤니티, 웹진 등에서 퍼졌다.

지난해 일본 IP '귀멸의 칼날'을 표절한 국산 게임 이후 또 표절 게임이 이슈가 되자 일본에서는 '한국게임=표절'이라는 프레임이 공고해졌다. 향후 일본에 진출하거나 현재 서비스 중인 국내 게임사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IP침해, 도용을 막기 힘들다면 사후 관리라도 제대로 해야한다”며 “자율등급분류사업자로 사후모니터링을 하면서 저작권에 대해서만은 신고만으로 처리한다는 건 그저 앱 수를 불리기 위한 구글의 또 다른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