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형과 참견자형..당신의 호기심은 어느 쪽?

곽노필 2021. 1. 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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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보 탐색하는 참견자형
연관 지식에 집중하는 사냥꾼형
호기심, 항상 한가지 유형은 아냐
호기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제공

호기심은 인간관계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호기심은 특히 창의력을 북돋우는 중요한 정신적 원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학제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위키피디아 탐색 유형을 분석한 결과, 호기심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r)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호기심은 수많은 다양한 정보를 이리저리 탐색해 보는 참견자(busybody)형과, 관련 분야의 지식을 얻는 데 더 집중하는 사냥꾼(hunter)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연구진은 149명의 실험참가자를 모집한 뒤, 이들에게 하루 15분씩 위키피디아를 탐색하도록 요구했다. 21일의 실험 기간 동안 이들이 열어본 내용은 위키피디아 1만8654페이지에 달했다.

연구진이 호기심 활동의 분석 수단으로 위키피디아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위키피디아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에게 차별없이 똑같은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위키피디아 페이지에는 광고가 없어 방해를 받지 않고 탐색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열어본 각각의 페이지를 노드(마디)로 표시하고 이들 사이에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한 결과, 이들의 검색 활동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우선 사냥꾼형의 탐색 활동은 꽉 짜인 네트워크의 모습을 보여줬다. 각 노드의 밀집도가 높았고 노드 간 연결 정도는 강했으며 네트워크의 총 길이는 짧았다. 반면 참견자형의 네트워크는 좀 더 느슨한 형태였다. 노드 간 거리가 더 떨어져 있었고, 연결 정도는 약했으며, 네트워크의 총 길이는 더 길었다.

참견자형이 될 때와 사냥꾼형이 될 때의 차이

연구진은 그러나 참가자들은 항상 한 가지 유형의 호기심 활동만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때는 참견자형, 어떤 때는 사냥꾼형의 탐색 활동을 보여줬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각각의 실험 전에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설문지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했다. 설문 내용은 인간 관계, 스트레스 해소법 등 웰빙과 관련한 주제들이었다.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 특정 분야에 부족한 지식을 메울 필요성을 느낄 땐 사냥꾼 스타일의 탐색 활동을 보였다. 새로운 정보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땐 다양한 페이지를 열어보는 참견자형 탐색 패턴을 보였다.

다니엘 바세트 교수(시스템 신경과학)는 "새로운 감각 자극을 찾거나 참신하고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갈증이 생길 때 사냥꾼형에서 참견자형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리든-스탤리 교수(심리학)는 "각 위키피디아 탐색 전에 참가자들의 감각 추구 수준을 측정한 결과, 새로운 정보를 찾는 경향이 높을 때 노드 간 간격이 더 커지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이는 느슨한 지식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감각 추구 점수가 낮은 참가자는 정보 탐색을 하면서 조밀한 정보 네트워크, 즉 사냥꾼형 구조를 형성했다. 예컨대 한 참가자는 '독일의 유대인 역사' '시오니즘' '헵-헵 폭동'(Hep-Hep riots) '나탄 비른바움'(Nathan Birnbaum, 시온주의 용어 창시자) 등 온통 유대인 역사와 관련한 것만 찾아보았다. 반면 한 참견자형 참가자가 검색한 것은 '물리 화학' '미투 운동' '패트리지 패밀리'(미국 시트콤), '하본초등학교' `톰 비겔로'(미국 자동차 경주 선수) 등 서로 관련성이 낮은 것들이었다.

호기심은 삶의 정서적 웰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픽사베이

호기심은 정보 획득 아닌 구조 구축…호기심 높으면 ‘삶 만족도’ 높아

호기심은 정서적 차원의 웰빙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연구진의 2019년 연구(Journal of Personality)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호기심을 유지할 경우 삶에 대한 만족감이 증가하고 우울증 증상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보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호기심을 더 자극하게 되고, 이는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호기심의 이런 특성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리든-스탤리 교수는 "강의실에 이를 적용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다른 호기심 연구와 다른 점은 질문이나 퀴즈 게임, 뒷담화 같은 호기심 활동을 양적으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표현되는 방식을 들여다본 것이다.

연구진은 호기심은 에지워크(edgework)라고 강조했다. 즉 기존의 지식 경계선을 밀쳐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기심은 각기 독립적인 정보들을 획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보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진의 일원인 페리 전 아메리칸대 교수(철학)는 "이번 연구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현재의 지식 커넥션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 커넥션을 구축하는 데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과제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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