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군무 반복 또 반복.. "강렬한 무대 선보일 것"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2021. 1. 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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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막 앞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연습 현장
절제 강요하는 어머니와 딸들 갈등
격정적인 몸짓·화려한 노래로 표현
배우들 휴식도 없이 안무 연습 매진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연습실에서 단체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사진=성형주기자
[서울경제]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기 가득한 연습실로 18명의 여배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두툼한 겉옷을 걸친 채 가벼운 농담을 나누며 목과 몸을 풀던 이들의 표정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돌변했다. “그렇지, 지금처럼.” 안무 감독의 지도에 맞춰 격정적인 플라멩코 동작을 펼치는 한 명 한 명의 눈은 매서웠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빚어내는 소리는 강렬했다. 서늘했던 연습실 공기를 순식간에 뜨겁게 달군 이들은 오는 22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주역들이다. 이 작품에 출연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정영주는 연습 현장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배우들의 강인한 발짓과 몸짓, 손짓이 잠시나마 관객의 분노와 답답함을 풀어줄 것”이라며 “카메라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연습실에서 장면 일부를 연기하고 있다./사진=성형주기자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작사·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1930년대 스페인의 농가에서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절제된 삶을 강요하는 어머니 ‘알바’와 딸들의 갈등을 그렸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초연 당시 알바로 열연한 정영주는 재연 무대에서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한 번으로 끝낼 공연은 아니었어요. 계속 생각 나길래 ‘내가 직접 움직여 볼까’ 하고 마음먹었죠.”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무작정 영어로 메일을 써가며 6개월을 매달렸다. 정동극장과 공연을 함께 올리기로 하고 오디션을 공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년 남짓. 정영주의 열정에 초연 배우들도 다시 의기투합했다. “언니가 하는 게 맞다”며 뜻을 모은 후배들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무대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프로듀서 겸 배우(알바 역)로 활약하는 정영주가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연습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품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더블 캐스트 공연을 위해 진행한 오디션도 경쟁이 치열했다. 5명을 선발하는데 500명이 몰렸다.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미스사이공) 주인공을 맡았던 이소정 역시 오디션을 통해 알바 역을 거머쥐었다. 작품이 훌륭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무대를 기다리는 실력파 여배우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나하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충실한 오디션을 위해 지원자를 5분의 1로 줄이는 작업에만 나흘이 걸렸다. 정영주는 “내가 지원을 제안했던 배우가 떨어지기도 했고, 평소 잘 한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오디션 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며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선 작품 전체는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까지 고려해야 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이들이 그토록 서고 싶은 무대여서일까. 배우들은 정영주로부터 “연습 좀 그만하라”는 ‘행복한 잔소리’를 들을 만큼 치열하게 작품에 매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탭 슈즈를 신고 선보이는 플라멩코 군무가 백미로 꼽힌다. 박자에 맞춰 동작의 화음을 빚어내는 일은 반복되는 연습 말고는 답이 없다. 안무 사전 연습에만 4개월을 쏟아부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영주는 “배우마다 몸의 박자가 맞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줄 수 없는 안무”라며 “휴식 시간 10분을 주면 ‘쉬라’는 내 잔소리를 피해 방에 들어가서 연습하는 배우들”이라며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연습실에서 단체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사진=성형주기자

어려운 시기에 무대에 대한 신념과 열정으로 올리는 공연이다. 정영주는 “나는 여전히 ‘무대는 라이브’라고 고집한다”며 “(객석 띄어 앉기로) 객석의 3분의 1만 찬다고 해도 카메라 아닌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는 생생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월 22일~3월 14일 정동극장.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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