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아이템' 전성시대..정용진이 '픽'하면 왜 뜰까?

정용진 20만원 청바지 SNS 화제
'이재용 립밤' 인기에 국내 상륙
"제품이 아닌 재벌 스토리를 사고 싶은것"
최태원·정의선, 사업에도 적극 활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튜브 YJ로그에서 착용한 다스베이더 앞치마. [사진 출처=이마트 유튜브 캡처]

"부회장님 청바지 브랜드 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예뻐요."

"페이지 진(paige jeans)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속 청바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재벌은 어떤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을까'라는 궁금증이었다. 정 부회장은 브랜드명을 공개했고, '정용진 청바지'라는 수식어가 붙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재벌의 아이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이템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5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오늘날 재화는 단순한 기능만을 위해 구매하는 게 아니다"라며 "옷에 담긴 스토리나 메시지를 입을 때마다 자신에게 투영시키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했다.

윌리엄스 소노마의 다스베이더 앞치마. [사진 출처=윌리엄스 소노마]

◆ 정용진의 덕후력

정용진 부회장은 52만 팔로워를 보유한 '핵인싸(핵심적인 인사이더)'다. 그가 SNS에 올린 패션이나 음식은 곧바로 유행이 된다. 최근 정 부회장은 이마트 유튜브를 통해 브이로그를 시작했다. 'YJ로그' 첫 영상에 등장한 앞치마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타워즈 마니아로 잘 알려진 정 부회장의 SNS에 201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이 앞치마는 미국 윌리엄스 소노마의 스타워즈 시리즈 다스베이더 앞치마로, 가격은 40달러다. 이 앞치마를 해외직구로 판매하는 한 사업자는 "최근 판매 문의가 늘어 어리둥절 했는데 답은 정용진 부회장이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정 부회장의 '덕후력'에 공감을 보낸다. 국내 테슬라 차량(모델S) 1호 고객 타이틀부터 그동안 SNS에 공개해왔던 스타워즈 굿즈, 반려견까지 권위적인 재벌에서 벗어난 이미지가 인기의 비결이란 평가도 있다.

◆ 이재용의 소탈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완판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부회장이 2016년 국회 청문회에서 발라 화제가 된 립밤 '소프트립스'는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재벌 립밤'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말 국내에 정식 상륙하기도 했다. 당시 가격은 2400원이었다. 재벌이 사용한 제품임에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부회장이 2019년 부산행 열차에 오르며 착용한 빨간 패딩도 입소문을 탔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의 '파이어비 AR 파카'인 이 패딩의 가격은 145만원 수준이다. 부담스런 가격임에도 이 부회장의 '착샷'이 공개된 후 날개돋힌 듯 팔렸다. 이밖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장례식장에 직접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를 몰고 와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빨간 패딩, 저가 립밤, 직접 운전을 하는 등 재벌의 이미지와 잘 이어지지 않는 이 부회장의 스타일에 소비자들이 호응을 보이는 것으로 봤다.

◆ 정의선·최태원의 전략템

총수의 경영 철학을 담은 아이템도 때로는 화제가 된다. 평소 사회적 가치창출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한 포럼에서 소개한 백팩이 대표적이다. 이 백팩은 패션업체 모어댄이 운영하는 브랜드 '컨티뉴'의 제품이다.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수거되는 가죽과 에어백, 안전벨트 등을 재사용해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최태원 백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가방은 당시 첫 TV홈쇼핑 기획 판매에서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 제품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17년 신차 발표회에 티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를 신고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차 '코나'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만큼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시 그가 신었던 스니커즈는 30만원대의 골든구스 제품이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언뜻 중고라고 여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글로벌 지속가능개발포럼에서 모어댄의 백팩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7년 신차 발표회에서 스니커즈를 신고 등장한 모습. [사진 제공=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에르메스의 '까르네 데카터(Carnets d'Equateur) 디너 플레이트'. [사진 출처=에르메스]

이밖에 최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인 뮤지컬배우 함연지가 방송에서 소개한 고가의 에르메스 접시도 품절템이 됐다. 그가 방송에서 순대를 담은 접시는 에르메스의 '까르네 데카터(Carnets d'Equateur) 디너 플레이트'로 개당 30만원에 달한다. 이 접시는 고가에도 불구 구매대행 사이트 주방 카테고리 판매 순위에서 상위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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