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신격호 떠난 지 1년..신동빈 "父 떠올리며 힘든 순간 이겨낼 것"

이현석 2021. 1. 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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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디지털 전환' 목표 아래 혁신 드라이브..유통·케미칼 부문 변신 의지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아버지는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끊임없는 도전과 남다른 열정으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극복해 나가려는 굳은 의지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어떤 힘든 순간도 이겨내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8일 부친 신 명예회장의 온라인 추모관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이같이 글을 남겼다.

신 회장은 "오늘은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며 아버지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며 "아버지와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그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움츠러든 롯데…'뉴롯데' 변신 몸부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양대 주력 사업인 화학·유통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은 롯데그룹이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변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사업 개척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내·외부적 혁신에도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의 지난해는 어려움 그 자체였다. 경영권 다툼, 사드 보복,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의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는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경쟁사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중심으로의 변화를 추구해 피해를 최소화한 반면,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급한 론칭으로 인해 서비스 초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의 1주기를 맞았다. [사진=롯데그룹]

실제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드는 저조한 실적을 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85%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을 이유로 지배구조 개편의 '핫 키'로 꼽혔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당분간 보류됐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변화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예년보다 한 발 더 빠른 인사를 단행해 지난해 8월 그룹의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을 용퇴시켰다. 오프라인 매장 및 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이어졌고, 연말 임원인사에서는 53개 계열사 중 13곳의 대표를 바꾸고 임원을 20% 감축했다. 특히 50대 젊은 인재들을 앞세워 '젊은 피'도 수혈했다.

◆올해 본격적 재도약 추진…'100조 매출' 도전

신 회장의 변화에 대한 의지는 해가 바뀐 올해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발표된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경쟁력이 유례 없는 상황에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 마련 ▲각 계열사의 장점과 역량을 합친 시너지 창출 ▲임직원의 자율적 참여 등 3가지 사항에 대해 당부했다.

또 지난 13일 있었던 롯데그룹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구 사장단회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롯데그룹이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부터 화학 부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한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그룹]

이에 롯데그룹은 유통·케미칼 등 그룹의 양대 축을 기반으로 매출 100조 원에 도전할 방침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장 지배력 회복에 나선다. 또 온·오프라인 통합 소비자 지속 경험을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한다.

특히 롯데그룹 유통BU는 지난해 10월 강희태 부회장 직속 데이터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는 오는 10월까지 롯데그룹의 데이터 사업 로드맵을 만들고 그룹의 역량을 결집한 '데이터레이크' 구축을 진행한다. 데이터레이크는 각 분야의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하는 것을 뜻한다.

케미칼 부문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도전할 것을 결정하고 핵심 소재인 분리막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약 4천 톤, 매출액 100억 원 수준인 분리막 판매량을 오는 2025년까지 10만 톤, 매출액 2천억 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ESG 강화 행보 계속…조직문화 바꿔 유연성·개방성 중심 성장 도모

단순히 사업성을 강화하는 것 뿐만 아닌 그룹에 대한 신뢰도 제고 및 지속 성장을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롯데그룹이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롯데그룹 내부의 성과를 넘어 사회적인 관점에서 롯데그룹을 조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다양한 ESG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사업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 주요 과제는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 등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뉴롯데' 변신을 위한 다양한 사항을 일선 계열사에 주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있었던 롯데그룹 VCM 현장. [사진=롯데그룹]

케미칼 부문에서의 ESG 활동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ESG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자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올해를 ESG경영 원년으로 삼아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조직문화 변화에도 나선다.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독립경영'을 극대화해 급변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버텨나갈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신 회장이 올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도약의 의지를 강하게 밝힌 만큼 롯데그룹이 재도약을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신사업 진출을 둘러싼 공격적 M&A가 이어질 가능성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는 모습이다. 또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내부적 혁신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 등의 작업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귀국 이후 화학 계열사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며 "지난해 유통에 이어 올해는 케미칼 부문에서의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고, 유통 부문 역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위기 극복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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