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 통증의 고리, 非수술 치료로 끊을 수 있어"

이슬기 메디컬 리포트 기자 2021. 1.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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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은 저릿.. 다리는 시큰..
노년 괴롭히는 대표 퇴행성 질환
경기 평택 으랏차정형외과 통증클리닉 김도완 원장이 특수 카테터를 이용해 척추관협착증으로 요추(L4~L5)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를 치료하고 있다. 김 원장은 “척추관이 좁은 환자도 신경성형술을 받을 수 있도록 특수 카테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으랏차정형외과 제공

나이 들수록 손발이 저릿저릿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다리가 쑥쑥 쑤시고 시큰거려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흔하다.

노년층 상당수가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노화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기지만 이는 척추가 보내는 비상 신호를 무시하는 일이다. 척추 질환이면서도 허리보다 팔다리에 먼저 통증이 찾아오는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년층의 약 60%가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한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환자 수도 2015년 85만1599명에서 지난해 113만2823명으로 5년 사이 약 33%나 증가했다.

◇자꾸 다리 아프다면 척추관협착증 의심해야

척추관은 척추 몸통과 척추 뒤쪽 뼈 사이에 있는 관으로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된다. 노화 등 여러 원인으로 척추관이 좁아지면 허리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 다발이 눌려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다리 통증은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비슷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걸을 때 다리가 아파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되는 신경성 간헐적 파행 증상이 있는 점이 다르다. 앉아 있거나 허리를 숙일 때는 괜찮은데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하고 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아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심해지기 때문에 늦기 전에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 평택 합정동에 위치한 으랏차정형외과 통증클리닉 김도완 원장은 “협착증 초기 단계에서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 압박이 심해져 마비 증세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물리 치료나 진통 소염제 처방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비(非)수술적인 방법인 신경차단술·신경성형술 등으로 통증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신경차단술은 주삿바늘을 삽입해 신경에 발생한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염증과 부종 증상이 개선되도록 돕고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신경성형술을 시행할 때는 방사선 영상 장치를 이용해 지름 1㎜의 가느다란 관을 통증의 원인이 되는 척추 신경 부위에 넣는다. 이후 염증을 완화하는 신경이완제와 신경 주위 유착을 분리하는 분해 효소를 관을 통해 직접 주입해 치료한다. 신경성형술은 출혈이 없고 시술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 대상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척추·전신 감염자나 출혈 경향 환자 제외) 수술 전에 많이 시행하는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이기도 하다.

으랏차정형외과 통증클리닉 김도완 원장.

◇수술 후 후유증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통증이 심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때 ▲5분 이상 걷기 힘들 때 ▲물리 치료나 약물치료, 비수술 주사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을 때 ▲허리디스크를 동반해 신경학적 결함이 뚜렷할 때 ▲배변·배뇨에 문제가 있을 때가 그렇다. 이러한 증상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전문 의료진과 충분하게 상담하고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쉽게도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10~40%는 여전히 통증에 시달리거나 없던 통증이 생기는 부작용을 겪는다. 이를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이라고 한다. 척추관협착증 수술 환자 가운데 4~9%가 이 때문에 재수술을 받는다. 큰 수술을 여러 번 할수록 발생 가능성은 커진다.

척추 수술 시에는 절개 과정에서 신경을 둘러싼 조직에 상처가 날 수 있다. 피부에 난 상처가 아물면서 딱지가 생기듯 척추 신경 주변 조직도 섬유화가 일어나 딱딱해진다. 척추 수술 환자의 20~36%에서 섬유화로 인한 신경 유착이 일어나며 이는 다리 통증과 저림의 원인이 된다. 특히 척추융합술과 같이 큰 수술은 인대와 근육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크고 오랫동안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므로 주변 근육도 약해지기 쉽다. 융합술을 받은 척추 주변에 새로운 협착증이 생길 수도 있다. 척추 관절에 긴장 상태가 지속돼 후관절증후군이나 천장관절증후군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김 원장은 “불가피하다면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이나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득(得)과 실(失)을 환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튼튼한 허리 유지하려면 이렇게

척추관협착증을 앓거나 허리 통증이 있다면 반듯하게 누운 자세보다 옆으로 누운 자세가 좋다. 수면 무호흡이나 코골이 환자, 임산부에게도 바람직한 자세다. 다만 몸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오랫동안 옆으로 누워 지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무릎 사이에 쿠션이나 베개를 끼우면 옆으로 누웠을 때 척추가 비틀리는 것을 예방해 준다. 어깨 높이 베개로 목을 충분하게 받쳐 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엎드려 자는 자세는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등을 대고 누울 때보다 머리와 목에 강한 압박을 가해서다. 이 때문에 안압이 높아지면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등뼈가 천장을 향해 꺾이면서 목 인대와 척추가 틀어지고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김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치료 후에는 허리 근력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허리를 곧게 편 바른 자세로 생활해야 건강한 척추를 유지할 수 있다”며 “금주·금연은 물론 체중 관리에도 힘쓰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6가지

1. 허리·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끝이 저리거나 시리며 당기고 아프다.

2. 걸으면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앉아서 쉬면 통증이 줄어든다.

3. 다리 통증 때문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

4. 운동이나 일을 하면 통증이 심해진다.

5.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줄어든다.

6. 등과 허리가 점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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