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원조' 스웨덴마저 원전 폐쇄 반대여론 확산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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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좌파 연정의 원전 가동 중단에 우파 야권 강력 비판
스웨덴 국기

40년간 탈(脫)원전을 점진적으로 진행해온 ‘탈원전의 원조’격인 스웨덴에서도 최근 원전 투자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달 31일 서부 링할스에 있는 원전을 가동한 지 44년만에 폐쇄했다. 링할스 원전은 안전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스웨덴에서는 탈원전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스웨덴은 모두 7개의 원전이 가동중이었으며, 이번 링할스 원전 폐쇄에 따라 6개가 남았다.

지난 12월말 가동한 지 44년만에 폐쇄된 스웨덴 링할스 원자력발전소

제2야당 스웨덴민주당의 임미 아케손 대표는 “이번 링할스 원전 폐쇄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정치적 실수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케손 대표 외에도 우파 야권에서는 원전 가동을 줄이면 화석 연료 사용 증가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제1야당 중도당의 에너지 분야 간사인 라르스 잘메레드 의원은 “전기 생산과 관련해 환경에 대한 스웨덴의 강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스웨덴은 EU 회원국 중 전력 생산 과정에서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다. 비결은 원자력과 수력이 전력 생산 비중의 각 40%씩을 차지하고 풍력이 10%로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 야권은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도 ‘깨끗한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중도좌파 연정은 수력,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만 ‘깨끗한 에너지’로 간주돼야 한다며 맞선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임미 아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더로컬

스웨덴은 1960년대 초반부터 원전을 가동했다. 그러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계기로 1980년 국민투표를 실시해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국민투표를 할 때만 하더라도 201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 그래서 탄소 배출이 없고 효율이 높은 원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했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던 가운데 중도좌파 연정이 링할스 원전을 폐쇄하면서 논란이 생긴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링할스 원전 폐쇄로 스웨덴의 전기 요금이 올라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웨덴 국민들 중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원전에 우호적인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예테보리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8년 15%에서 2019년 21%로 올랐다. 이 조사에서 원전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8년 19%에서 이듬해 15%로 줄었다.

스웨덴 국영전력회사 바텐팔 로고

스웨덴 국영전력회사 바텐팔도 “수익성이 낮아 링할스 원전 폐쇄에 동의했을뿐”이라며 “원전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입장이다. 바텐팔은 최근 에스토니아의 전력공급업체들과 합작으로 소형 원자로를 설치한 새로운 유형의 원전을 건설해 전력 시장을 떠받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스웨덴이 (원전 폐쇄로) 전력 공급난이 예고된 가운데 원전을 추가로 없애야 한다는 쪽과 원전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쪽이 맞서며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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