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각 교체로 '분위기 쇄신' 나섰지만 해법은 '자력갱생'뿐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1.5∼12)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실행을 위해 경제관료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당대회를 마친 후 곧바로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결정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국가 예산이나 투자는 전년에 비해 줄어드는 등 경제난 타개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나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지속적인 대북 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해에 따른 경제난 속에서도 경제발전의 키워드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외치면서 내각 물갈이를 통한 '보여주기 인사' 외에는 별다른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북한은 새로운 5개년계획 실행을 위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듯 1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 경제 주요 부처 수장 대부분을 교체했다.
국가 경제의 설계와 계획 전반을 총괄하는 국가계획위원장과 농업상을 비롯해 부총리 8명 중 6명을 교체했다.
북한 경제난의 주요인인 전력을 담당한 전력공업상, 화학공업상, 철도상, 채취공업상, 건설건재공업상, 경공업상 등 5개년계획의 핵심 분야 책임자들과 무역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상, 경제 통계를 담당한 중앙통계국장, 국가 재정을 담당한 중앙은행 총재 등 주요 부처 수장들도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여성 장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오춘복 보건상과 과학·교육·문화 등 사회 부문 책임자들 역시 물러났다.
그동안 최고인민회의 임기를 새로 시작할 때 대대적인 개편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임기 중에 큰 폭의 물갈이를 한 것이다.
특히 새로 임명된 상들 대부분이 기존 부처에서 일하던 부상 또는 국장급 인사들이어서 40대나 50대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채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실패를 공식 인정하면서 내각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고 물갈이를 함으로써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기간)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며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축적된 쓰라린 교훈"을 언급, 내부 쇄신을 강조했다.
김덕훈 총리도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 실패 원인으로 "경제부문 지도일꾼들이 조건 타발을 앞세우면서 패배주의에 빠져 눈치놀음과 요령주의를 부리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그릇된 사상관점과 무책임한 사업 태도,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을 질타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내각 물갈이를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 등용된 상들 대부분이 기존 부처에서 일하던 전문직 경제·행정 관료들이어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당 간부의 눈치를 보는 데다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수행에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임 관료들이 김 위원장과 김 총리가 비판한 눈치놀음이나 요령주의, 보신주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서도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지 못하고 '자력갱생'과 '내적 동력'만을 강조하며 예산 책정도 오히려 감소하거나 현상 유지에 머물렀다.
경제 부문에 대한 예산은 지난해보다 겨우 0.6% 늘어났는데 이는 최근 3년간 매년 4.9∼6.2%씩 늘려온 것과 대비된다.
심지어 5개년계획의 핵심으로 내세운 금속·화학공업과 농업·경공업 등 민생 관련 투자도 불과 0.9% 증가해 최근 3년(5.5∼6.2%)보다 대폭 감소했다.
북한이 대북 제재 속에서도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더는 경제와 민생이 추락하지 않게 하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총체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대미압박 정책을 고수하고 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국방력 강화와 내부 조이기에 집중하는 만큼 현상 유지 정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부문에 대한 예산을 지난해보다 겨우 0.6% 늘렸지만 국방부문에는 작년과 같은 15.9%를 책정하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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