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도, 아킬레스 어머니도 '완전한 백신'을 찾았던 걸까

2021. 1. 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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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은(銀) 탄환' 코로나 백신
인간 면역체계 진화해왔지만
우리의 몸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세균은 계속 증가
제너 종두법이 백신의 시작
접종 거부는 예전에도 있어
1853년 영국에선 아예 의무화
사진=EPA


우리 몸은 다양한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다.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쌓은 탑이다. 외부 물질에 위협당하면 우리 몸은 적절한 방어 체계를 세우면서 응전해왔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이다. 우리의 도전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무기로 끊임없이 공격해왔다.

지난 1년간 지구촌을 공격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우리 몸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자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당했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체계를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결과물이다.

 (1) 아킬레스가 완벽한 면역을 가졌다면

백신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됐다. 한 번 맞으면 모든 면역 체계를 갖추게 해주는 물질은 없을까? 신화에서, 실제 역사에서 불로장생의 물질을 찾았던 이야기는 많다. 중국 진시황제가 원했던 불로초도 ‘완전한 백신’이 아니었을까?

신화는 원조 백신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영웅 아킬레스는 죽지 않는 ‘면역의 전사’였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갓난아이 아킬레스를 스틱스 강에 담갔다가 꺼냈다. 스틱스 강물은 일종의 백신이었던 셈이다. 아뿔싸! 아기를 물에 담글 때 엄마는 아이의 발목을 잡았고 이 발목은 스틱스 강물에 젖지 않았다. 모든 전쟁에서 이기던 아킬레스는 그만 발목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 완벽한 면역은 없다는 암시 아닐까?

 (2) 백신의 기원 - 천연두와 제너

백신은 진화를 통한 면역 체계와 달리 인공적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의약품이라는 의미다. 백신이라는 말 자체도 최근에 생겼다. 200여 년 전인 1770년대 한 농부가 농촌에서 시작했다. 에드워드 제너가 이를 발견해 ‘종두법’을 정착시켰지만 이 발견은 우연이었다. 1774년 영국에서 발병한 천연두는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혹시라도 회복된 사람의 얼굴엔 보기 흉한 흉터를 남겼다.

어느 날 우두에 걸렸다가 극복한 소젖 짜는 여자는 전염병 환자를 간호해도 천연두에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한 농부는 소의 고름을 조금 묻힌 바늘로 자기 부인과 아이들을 일부러 감염시켰더니 조금 앓다가 회복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제너는 소년을 대상으로 민간요법을 다시 시행했다. 제너는 임상시험자 수를 늘렸다. 이 기법은 그때 우두를 부르는 이름인 바리올라이 바키나이(viriolae vaccinae)로 알려졌고,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단어 vacca를 거쳐 지금의 vaccine(백신)으로 정착됐다. 당시엔 바이러스를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 없었고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때여서 제너는 그저 효험이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다.

 (3) 공생의 관점에서 본 미생물

바이러스를 포함한 균은 생명 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쓴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지난 40억 년 동안 미생물은 생명체 속에서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는 관점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위암을 일으킨다는 헬리코박터균은 모두 없애면 식도역류병이 극심해져 생명이 더 빨리 끊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대장과 소장 등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미생물들이 그 나름대로 면역 체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제조공장인 미토콘드리아도 처음엔 외부 세균이었다.

우리는 혹시 코로나에 과잉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매년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사고로 적지 않은 사람이 죽는다. 그렇다고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를 모두 없애버려야 할까?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그래서 “생명은 문제 해결 과정(All life is problem-solving)”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있지만 풀어나가는 게 생명 활동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결핵, 폐렴, 계절성 독감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4) 집단면역과 양심적 거부, 경제성 문제

백신은 집단면역 논란과 양심적 거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면역에 관하여》라는 책을 쓴 율라 비스는 제4장에서 집단면역 문제를 다뤘다. 그는 책에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다”고 썼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계좌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심적 거부자는 있기 마련이다. 최근엔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원래 이 말은 백신 접종 거부에서 발원했다. 1853년 영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했는데 종교적 이유 등으로 반발이 일자 예외조항으로 ‘양심적 거부자’를 만들었다.

제약사들은 천연두 이후 어떤 백신 개발에도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했고 잘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변이가 매우 빨라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독감 주사를 아무리 맞아도 독감이 또 발생하는 것과 같다. 인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진 이유와 백신 간 관계를 더 알아보자.

② 바이러스, 균 등 미생물이 인류에게 해만 끼치는지를 더 조사해보자.

③ 집단면역과 양심적 면역거부 간 관계를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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