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터널'이 뭐길래, 140km 직구로 '9이닝당 탈삼진 2위'에 오르다

한용섭 2021. 1. 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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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한용섭 기자] 탈삼진 능력은 아무래도 파이어볼러들이 유리하다. 그런데 140km 초반의 직구로도 탈삼진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투수가 있다. 

LG 투수 임찬규는 프로 데뷔 때는 150km 빠른 볼을 던졌다. 그러나 2011년 신인 때 불펜 투수로 65경기(선발 2경기) 82.2이닝을 던지며 무리했고, 이후 잔부상을 더 이상 150km 공은 던지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임찬규의 직구 최고 구속은 경기에 따라 142~145km 분포를 보였다. 어쩌다 최고 145km를 찍었지만 보통 142~143km였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9km. 2016년부터 임찬규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임찬규는 지난해 27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47.2이닝을 던졌고 가장 낮은 ERA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탈삼진 기록. 138탈삼진은 리그 7위, 국내 투수로는 2위였다. 게다가 9이닝당 탈삼진은 8.51개, 롯데 스트레일리(9.48개)에 이어 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이 잡아낸 투수였다. 직구 평균 140km의 투수로는 대단한 기록이다. 

임찬규는 “탈삼진은 자부심이 있다. 내 구속과 구위를 가지고 탈삼진이 많이 나오는 것은 변화구에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볼 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 삼진 잡는 능력은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직구(40%), 체인지업(35%), 커브(25%)를 주로 던진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피치터널’에 주목했다. 피치터널은 투수가 공을 던진 후 타자가 어떤 구종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구간(터널)이다. 타자의 시야에서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부터 직구와 변화구 궤적이 동일하게 보이는 구간. 릴리스포인트가 다르다면 피치터널은 금방 끝나고, 타자는 일찍 구종을 알아채고 타격을 준비할 수 있다. 

임찬규는 “구속에 대한 욕심보다는 커맨드에 더 중점을 두면서 피치터널에 대해 주목했다. 직구와 변화구가 같은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하면서 공의 궤적이 비슷하면 타자들이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피치터널을 활용하고 나서는 커브와 체인지업이 더욱 좋아지고, 탈삼진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구와 변화구(커브, 체인지업)의 릴리스포인트가 크게 차이나지 않고, 최대한 궤적도 비슷하게 오다가 마지막에 차이가 나면서 타자들이 볼 대응이 늦어지게 됐다. 자연스레 탈삼진 숫자도 늘어났다. 

LG 데이터분석팀의 노석기 팀장은 “임찬규는 항상 데이터를 공부하며 해석하여 본인의 것으로 활용하는데 뛰어난 선수다. 피치터널을 이해하고 본인의 투구에 활용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임찬규는 2018년 11승에 이어 지난해 10승을 거두며 2번째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그는 “2018년에 11승(ERA 5.77)은 올렸지만 사실 운이 좋아서 득점 지원을 많이 받았고 세부 지표는 좋지 않았다. 작년은 막판에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세부 지표들이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며 “다만 올해는 WHIP이나 FIP 같은 수치를 더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즌 후반에는 늘 체력이 떨어졌는데 지금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올해는 체력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전반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57로 좋았는데, 후반기 3승 6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부진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한 한화전을 잊지 못한다. 가슴이 아팠다. 올해는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 가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은 내는 것이다. 평균자책점이 될 수도 있고 탈삼진이 될 수 있고. 물론 안 좋은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약점을 장점으로 덮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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