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난 이케아의 꼬리"..그곳엔 계급이 있었다

이재윤 기자 2021. 1.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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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겨울, 한국진출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만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노사다툼을 1년 째 겪고 있는 외국계 회사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케아는 한국에서 조직관리에 실패했다.

대다수 한국 직원들은 스스로를 '이케아의 꼬리(코리아를 비꼬는 말)'라고 비하해 부를 정도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이케아는 변질된 방식으로 한국 노동방식에 완벽히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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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케아 고양점 자료사진./사진=뉴스1

7년 전 겨울, 한국진출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만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노사다툼을 1년 째 겪고 있는 외국계 회사가 있다. 삶과 일의 균형이 보장되는 이른바 '북유럽식' 꿈의 복지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던 이케아코리아(이하 이케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케아는 한국에서 조직관리에 실패했다. 2014년 12월 경기 광명점을 시작으로 고양·기흥점과 부산까지 잇따라 4호점까지 선보이며 그야말로 글로벌 가구 공룡의 기세를 보여줬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누렇게 곯아있었다.

이케아는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율과 효율성이란 그럴듯한 명분으로 철저한 시간제 계급사회를 구축했다. 대다수 한국 직원들은 스스로를 '이케아의 꼬리(코리아를 비꼬는 말)'라고 비하해 부를 정도다.

직원들은 매니저로 불리며 평등해 보이지만 근로시간에 따라 체계가 6단계로 나뉜다. 법에 정해진 주당 40시간(5일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전일제 정직원이 기준이다. 아래로 근로시간이 5단계(16·20·25·28·32시간)가 있다.

문제는 시간제 근로자들에겐 매장상황에 따라 사실상 강제적으로 근무가 할당돼 자율적인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6시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주당 2~3회씩 근무를 선택해 32시간이나 48시간을 근무하게 되기도 하고, 이마저도 사실상 중간관리자가 정한다.

이케아 코리아 노조원들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 본점 앞에서 파업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특히 중간 관리자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고객대응이나 매장·식당관리 등 업무에 따라 중간 관리자가 근무자와 근로시간을 편성하는데, 이를 거부하거나 조율을 요청하면 인사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짜여있는 인사평가 제도는 근로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중간 관리자들의 인사평가는 시간제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 성과로 책정되기 때문에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도록 몰아 넣는다. 그야말로 '노는 꼴을 못 보게' 만든다.

심지어 화장실 사용시간을 3·6분으로 제한하거나 퇴근체크를 한 뒤에 잔업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잇따른 사망자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택배업체들의 전처를 밟아가는 모습이다.

결과만 평가하다 보니 근로자는 소모품처럼 소비된다. 이케아는 올해 기준 한국 최저 시급(8270원)보다 높은 9200원을 지급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야말로 밥 먹을 시간도 쪼개고 휴가나 수당도 거의 없는 노동의 댓가로 그 알량한 돈을 지불하면서도 말이다.

지난해 2월 설립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이케아 노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파업도 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수십차례 논의가 오갔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이케아 측은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이케아는 변질된 방식으로 한국 노동방식에 완벽히 적응했다.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 비용, 효율을 극대화 목표를 이뤄냈다. 지난해 이케아는 6년 전의 2배 가량인 66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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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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