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위기는 기회" 학습효과..세력이 된 동학 개미

이지현 2021. 1. 1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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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학습효과 "가자 증시로"
삼천피 뚫고 올라가 하루에만 4조원어치 코스피 쇼핑도
주요 수급주체로 자리매김 공매도 금지 연장 등 족족 관철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코로나19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됐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차례 급락했던 주가는 결국 다시 회복됐다는 점을 경험한 개인들이 대거 증시에 진입하며 동학개미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코스피를 3100선까지 단숨에 끌어 올렸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신세계를 활짝 연 것이다.

스마트해진 개미 직접 투자 활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의 거래비중은 65.8%로 전년(47.5%) 보다 18.3%포인트 늘었다. 외국인은 28.4%로 전년보다 12.1%포인트, 기관은 23.1%로 전년보다 6.2%씩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의 거래비중이 크게 늘었다.

코스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2000선을 넘었을 때까지만 해도 개인은 주식형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의 참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를 내걸고 경쟁적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접투자 확대의 계기가 됐다.

올해 초 기준 주식활동계좌수는 35억개로 사상 최고치를 뚫었다. 활성화된 계좌는 거래로 이어졌고 지난 7일 3000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 3100선을 치고 올라가 3152.18을 기록했다. 11일에는 개인이 코스피에서만 4조492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 12일에는 고객예탁금이 74조원 규모로 전년(27조원)대비 47조원 증가했다. 신용융자도 21조원으로 전년(9조)대비 12조원 늘었다. 이렇게 모인 유동성은 개인투자자를 확실한 시장 주체로 부각하고 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은 “유튜브 등 다양한 측면 통해서 시장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개인과 기관 외국인 간의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있다”며 “스마트 개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국인에 좌우되던 국내 증시의 수급주체가 탄탄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외국인 사면 오르고, 외국인이 팔면 떨어지는 한쪽에 편향된 시장에서 (개인) 유동성이 든든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변수”라고 환영했다.

목소리 커진 개미 3연승…우려도 솔솔

동학개미가 주요 수급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3억 대주주’다. 현행법에서 국내 주식 투자로 번 돈(양도 차익)에는 세금이 안 붙는다. 다만 특정 주식을 10억원 이상 들고 있으면 ‘대주주’로 간주해 최대 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사표를 내겠다며 버텼지만 결국 ‘개미 완승’으로 끝났다.

기획재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금융 세제 개편안’ 관련 논란에서도 동학 개미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당초 기재부는 국내 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투자자에게 양도 차익 20%를 세금으로 물리는 대신, 증권 거래세는 현행 0.25%에서 0.15%로 낮추는 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동학 개미들이 “사실상 증세”라며 반발하면서 5000만원 이상 번 사람에게만 과세하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공매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무너지자 증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했다. 한시 조치가 끝나는 9월을 앞두고 개미들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거나 아예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공매도 금지기한을 오는 3월 15일까지로 연장했다. 이 기한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자 개미들은 다시 반발하고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세번째 공매도 금지기한 연장 가능성을 풍기고 있다.

이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과열된 시장은 효율적 시장 시스템으로 자연스러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자금의 헷지 수단을 제한하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시장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느는 건 증권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이같은 세력화는 건전한 시장 조성엔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시장이 과열되면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는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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