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공계 혁신]②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 "국내 최초 '소부장 대학원' 통해 부울경 초정밀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만들 것"

김윤수 기자 2021. 1.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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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5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 총장 인터뷰 ② 유니스트
"정밀화학 기술 정밀도 10만배 올려 고품질 반도체 소재 생산토록"
"4차산업혁명에 부울경 러스트벨트化 막는 데 학교가 역할 할 것"
AI 교육 강조…기업들 기술 교육하고 학부생 200명 ‘AI 특공대’로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 /유니스트 제공

"국내 최초로 운영되는 반도체소재부품융합대학원(일명 ‘소부장 대학원’)을 통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정밀화학 기업이 초정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2023년엔 8곳의 새로운 소부장 강소기업이 탄생할 겁니다."

이용훈(66)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은 지난 12일 오후 2시 울산 본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장은 서울대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카이스트(KAIST)에서 정보과학기술대학 교수, 교학부총장 등을 지냈다. 2019년 11월 유니스트 4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이 총장은 부임 직후부터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니스트,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을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아래 구체적인 목표 달성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건 학교와 총장의 몫이다.

이 총장은 고민없이 소부장 대학원을 전략의 핵심으로 선택했다.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소부장 전문가를 키우고 기업들과 공동연구해 부울경의 4차산업혁명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소부장 산업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국산화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라며 "국내 최초의 소부장 대학원을 통해 학교의 4차산업 연구역량을 키우고 지역 산업 구조 개선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유니스트 본원의 전경. /김윤수 기자

부울경 지역의 기업들은 이 계획을 반기고 있다. 정유·석유·각종 재료 등 정밀화학과 조선·기계·자동차 등 중공업이 발달한 이 지역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밀려 한국의 ‘러스트벨트(낙후지역)’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정밀화학 기업들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정밀화학은 고순도의 재료를 정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비슷한 기술이기 때문에 ‘체질개선’의 첫 번째 대상이라는 판단이다.

유니스트가 할 일은 정밀화학 기업들이 가진 기술 정밀도를 10만배 더 높여 반도체 소재 생산 역량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다. 정밀도는 재료에 섞여들어가는 불순물의 비율로 측정된다. 정밀화학 제품은 불순물 비율이 100만분의 1 아래로만 내려가면 품질에 문제가 없다. 반면 반도체 소재의 불순물 비율은 1000억분의 1 미만이 돼야 한다.

유니스트의 UCRF 장비센터 내부. /김윤수 기자

이 총장은 ‘중앙연구지원본부(UCRF)’이라고 불리는 유니스트의 연구기자재센터를 이들에게 개방해 정밀도 개선을 돕기로 했다. 연구기자재센터는 유니스트가 개교 준비 중이던 2008년 12월부터 분석·관찰용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680억원 규모, 288종 429대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총장은 "2010년 당시 카이스트가 20억원짜리 전자현미경을 갖고 있을 때 과감히 50억원짜리를 사들여 현재 소부장 대학원의 기틀인 신소재공학과를 발전시켰다"고 했다.

이 총장은 삼성전자 납품을 통해 연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울산 소부장 강소기업 덕산하이메탈(077360)을 롤모델로 삼아,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대기업에 납품할 수준의 소부장 제품을 만들어 덕산하이메탈 정도의 매출을 내는 기업이 2023년까지 8곳 이상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소부장 대학원은 석사과정 30명, 박사과정 20명 규모로 오는 9월 개원한다. 삼성전자 출신의 정홍식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포함해 학계·산업계 출신 전문가 10명을 교수로 초빙한다. 학생들은 덕산하이메탈, 한솔케미칼(014680), 후성(093370), SK에어 등 25곳 기업과 산·학 공동 연구를 통해 실무 역량을 갖추게 된다.

첨단 장비를 통한 정밀도 연구 덕분에 바이오 분야 교원창업 기업도 다수 배출됐다. 이 총장은 "정밀도 연구는 결국 화학물질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클리노믹스를 포함해 2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이 유니스트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유니스트와 클리노믹스는 지난 1일부터 정부와 울산시의 ‘게놈 특구’ 사업에 참여, 그간 활용이 금지돼왔던 인간 게놈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질병 진단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울산 남구의 유니스트 AI 혁신파크. /유니스트 제공

유니스트는 전국 8개 인공지능(AI) 대학원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AI대학원을 통해 관련 기술을 지역과 공유, 부울경 제조업 기업들의 4차산업혁명 시대 적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별도의 캠퍼스를 마련, 기업들이 입주해 교육받고 공동 연구개발(R&D)할 수 있도록 하는 AI혁신파크를 지난 12일 출범했다. 340여개의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이 총장은 덧붙였다.

올해부터 유니스트 학부생들도 일찍이 ‘AI 유전자’를 이식받게 된다. 이 총장은 "이제 동아리도 하나의 교육수단이 됐다"며 "학생들이 학사과정부터 AI를 접할 수 있도록 5명이 한팀이 돼 창업에 도전하는 ‘AI 특공대’를 만들 것"이라며 "수요조사 결과 최대 40팀(200명)의 특공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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