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전염병에도 맞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
계동대나의는 얼핏 보면 전염병·역귀를 쫓기 위한 세시풍속 중 하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계동대나의는 왕실에서 행했던 다섯가지 의례 중 하나인 ‘군례’였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연구관은 “보통 군사의례하면 당연히 군사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과거에는 외부의 침입뿐 아니라 역병 등으로도 나라가 멸망할 수 있었다”며 “전쟁만큼 무서운 게 역병, 추위였다”고 설명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올해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를 통해서 조선 시대 왕실 5가지 의례 중 하나였던 군례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군사의례를 종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지난달 23일 문을 열 예정이었던 특별전은 코로나19로 박물관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군례 때 입었던 복장부터 군례를 기록한 문서, 깃발 등 다양한 유물을 엿볼 수 있다. 임 연구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도 보여주고 또 코로나19가 물러나라는 염원도 담았다”고 전했다.
군례는 그 종류도 다양했다. 왕이 군사들과 함께 사냥하는 강무의, 전쟁의 승리를 알리는 선로포의·헌괵의, 왕과 신하가 함께 활을 쏘는 대사의, 나라의 빛을 구하는 구일식의, 나라의 나쁜 기운을 쫓는 계동대나의 등이다. 특히 계동대나의, 구일식의는 다른 군례와 달리 군대가 거의 참여하지도, 무기를 쓰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오히려 왕은 소복 차림을 하기도 했다. 즉, 군례는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는 전염병, 역귀부터 일식·월식, 한겨울의 추위까지 모든 위험으로부터의 안정을 의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식·월식에도 군례를 했다. 과거 일식·월식은 나라에 우환이 생길 징조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과 신하들은 당일 수양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소복을 입고, 신하들과 함께 기도하는 구일식의를 거행했다. 이후 영조대에 이르러서는 왕과 신화 모두 엷은 옥색의 제복인 천담복을 입었다. 임 연구관은 “이런 구일식의는 일식의 나쁜 기운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실제 태조실록에는 1405년(태조 15) 5월 1일 일식이 일어나자 임금이 소복차림으로 인정전의 월대에 나가 일관(길일을 가리는 일을 맡은 관상감)에게 북을 쳐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구일식의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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