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무원 일자리..'17.4만명 공약' 다 뽑으면 나랏돈 328조원 예상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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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과잉시대]
3년간 공무원 9만명 늘린 文정부, 8만4000명 더 뽑을 계획
野 "공무원 1명 30년간 17억원 소요…17만4000명은 328조원"
공무원 임금, 민간 근로자 2배 더 많아…장기 근속 비중은 7배
"정년보장 등 특혜 유지한 공무원 증원, 불평등·불공정 확대"

지난 3년간 공무원을 9만명 늘린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8만40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공무원 17만4000명 뽑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대란을 공무원과 공공기관 인력 충원으로 수습하려는 현 정부 정책 운용으로 실제 채용된 공무원은 공약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은 민간 기업 종사자보다 오래 근무하고, 급여 수준도 근로자 평균보다 더 많다. 고임금 직종인 공무원 1명을 저임금 근로자 몇명이 먹여살리는 구조다. 임기 5년동안 과거 20년간 정부에서 늘어난 공무원 수(8만6991명)의 2배 이상을 더 뽑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국민 호주머니를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 2017년 2월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방문하여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에게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을 약속했다. /뉴시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늘어날 공무원 17만4000명으로 인해 30년간 약 328조원의 재정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무원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국민의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나거나, 취약 계층 지원 사업 등이 예산 축소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 1명, 30년 간 최소 17억 소요… "무분별한 증원, 신중해야"

1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 4월말 현재 전체 공무원의 월평균 세전소득은 539만원으로 지난 2019년(530만원) 대비 9만원(1.7%) 올랐다. 지난해 전국 공무원의 평균 급여수준이 연봉 6500만원 근로자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이 액수는 공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은 공무원과 그 유족에 대한 재해보상급여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공무원 봉급과 성과상여금, 연가보상비, 수당 등을 더한 총 보수에 임금인상률을 적용해 산정된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지급액 산정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급여보다 축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수치로 평가된다.

실제로 납세자연맹은 정부 발표에 "일부 직급에 초과근무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제외하고 계산한 축소 추정된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2017년 "공무원 실질 평균연봉이 8853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중 상위 7%에 해당된다"는 분석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에 복지카드 등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실질 급여 수준이다. 이에 공무원연금 국가부담분 등을 포함할 경우 공무원 1명 유지에 지출되는 비용은 연간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DB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는 공무원 수 증가는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 추산에 따르면, 공무원 17만4000명 충원 공약으로 인해 향후 30년동안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인건비 부담이 327조78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국민 세금 11조원 가량이 문재인 정부가 뽑은 공무원들에게 지출된다는 의미다. 9급 1호봉 공무원은 첫 월급으로 200만원 가량을 받지만, 이들이 30년동안 재직할 경우 정부로부터 17억3000만원 가량을 급여 등으로 수령한다.

추경호 의원은 "공무원 1명을 뽑으면 평균 30년을 근속하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최소 17억~18억원이 든다"며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은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 확대 요인이되고, 다음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대비 공무원 평균임금… 스웨덴 96% vs 한국 175%

국민 세금으로 자리가 유지되는 공무원은 누구나 선망하는 ‘질 좋은 일자리’다. 실제로 공무원 급여는 임금 근로자 소득의 2배 가량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임금근로일자리별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97만원이었다. 반면 2018년 공무원의 기준소득월액은 522만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의 1.8배에 달했다.

공무원 소득월액은 2019년 530만원, 지난해 539만원으로 인상되며 10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1년(395만원) 이후 에서 10년간 40% 가까이 공무원 소득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공무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스웨덴의 2018년 공무원 평균 임금은 451만원(원화 환산액)으로, 근로자 평균(470만원)의 9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납세자연맹은 "한국 공무원 120만명의 인건비로 스웨덴에서는 240만명의 공무원을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근로자 평균의 2배 많은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은 만 60세 정년을 보장받고 있는 탓에 장기근속 혜택도 누리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동일 근로자가 2년 이상 재직 중인 일자리 비중은 공공부문이 89%에 이르는 반면, 민간은 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퇴직 등으로 일자리 주인이 바뀌는 비중이 민간은 30%에 육박한 반면, 공공부문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은 한 번 진입하면 나가지 않는 ‘철밥통 일자리’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더욱이 공공부문은 20년 이상 근속 근로자 비중이 23.9%에 달했다. 10~20년 미만 근속자도 22.9%였다. 반면 민간 기업의 20년 근속자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근속자 비중은 공공부문이 민간 기업에 비해 7배 가장 높았다. 공공부문 근로자 10명 중 절반 가까이는 10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년보장 등 공공부문 특혜를 그대로 두고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 증원과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잘못됐다"며 "공무원 과잉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만 미래세대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공무원 증원 비용 국민에게 전가될 것…차별·불공정성 확대"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급증한 공무원 채용인원이 가뜩이나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로 인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 채무는 작년보다 105조원 많은 945조원으로 늘어나고, 2022년엔 10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5년 만에 400조 원 넘게 증가할 전망인데, 공무원 인건비는 이같은 채무 증가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통해 고용대란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구상에 부정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경제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민간 기업의 고용을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고용 지표 부진을 보완할 수 있겠지만, 경제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택 회장도 "지금 방식으로의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 정규직과 민간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를 키우고, 이로 인한 차별과 불공정 논란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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