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꾸밈이 없는 것이다

이성민 2021. 1.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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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톡팁스-89]

◆ 자신감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아이삭, 전설이라는 것은 내가 늙었다는 말이잖아."

재미동포 영화감독 정이삭 감독이 제작한 영화 '미나리'(2020)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한 말이다. 낯선 한국 배우 윤여정을 기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전설'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윤여정이 영어로 정이삭 감독에게 받아쳤다.

물론 그렇다고 윤여정이 정이삭 감독에게 따지는 말투로 한 말은 아니었다. '전설'이라는 칭찬이 부담스러웠는지, 웃음기를 머금은 채 살짝 농담처럼 내뱉은 것이다. 한때 미국에 거주했던 윤여정은 주저 없이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재미동포 제작자, 영화감독, 배우들이 만든 영화'미나리'.'미나리'는 재미동포 이민 사회를 영상에 담았다.'미나리' 출연 뒤, 윤여정은 순식간에 미국 배우가 되었다. 유수의 미국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은 전부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윤여정은 2020년 미국 선셋필름서클어워즈, 2020년 미국 보스턴 비평가 협회상, 2020년 미국 LA비평가 협회상, 2021년 미국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비평가협회, 2021년 미국 여성영화기자협회, 202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비평가협회, 2021년 미국 오클라호마 비평가협회에서, 2021년 미국 콜럼버스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 자신감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진지한데, 저는 진지하지 않아요. 저는 한국에서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어요.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게 독립영화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 이야기는 모든 것이 힘들 것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나 영화는 잘 만들어 졌어요. 우리는 돈을 아끼려고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어요.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까 가족 같아 졌어요. 저는 그의 한국어를 고쳐주고, 그는 제 영어를 고쳐줬어요. 지금의 제가 영화 속 주인공 순자보다는 영어를 잘하죠. 저는 영화 속에서 영어를 전혀 할 필요가 없었어요. 저에게는 매우 매우 기억할 만한 일입니다. 나이 든 여배우로서 더 이상 고생하며 일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제 저는 늙었거든요. 하지만 아이삭 감독이 기회를 줬어요.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이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어로 말하는 윤여정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나이가 들었다거나, 그래서 힘든 영화 제작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으려 한다거나 하는 속내, 그리고 이 영화 제작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운 상황들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했다.

◆ 자신감은 꾸미지 않는 것이다.

"이분들 부모님이 제 나이 또래예요. 우리는 모임도 갖고, 식사도 같이 했어요. 그분들은 전부 애들 이야기, 애들 자랄 때 이야기를 하시고, 그래서 저는 제가 선생님인 것처럼, 그분들은 학부모인 것처럼, 그분들하고 사친회 면담을 했습니다."

영화 제작 현장에 대한 말이 나오자, 윤여정은 다시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했다. 제작자, 감독, 배우들은 대부분 한국계 미국인 2세들이었고, 부모님들은 이민 1세대였다. 그래서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해온 윤여정을 잘 알고 있었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66년부터 연기 활동을 해왔다. 74세인 윤여정은 반세기를 넘어 64년째 배우인 것이다. 그러니 정이삭 감독이 '전설'이라고 말할 만했고, 윤여정 스스로 '늙었다'고 받아 칠만했다. 윤여정은 숨기지 않았다.

인터넷에 나이를 숨기는 여느 여자 배우들과 달리, 윤여정은 자신의 나이나 관련 기록을 숨기거나 가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적어놓는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나이나 여성성이 아니라 연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미나리'를 통해서 미국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행진을 벌이고 있는 윤여정에게 남은 일은 2021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느냐 마느냐만 남았다. 2019년 영화'기생충' 기적에 이은 쾌거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 이성민 박사의 톡팁스(말의 요령) : 자신감은 꾸미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쉬운 일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어 하고, 자기 성취를 과장하고 싶어 하며, 약점이나 실수를 적당히 포장하고 싶어한다.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꾸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말은 수시로 바뀌는 감정을 여과 없이 나타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감정 표현은 자제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꾸미지 말라는 의미이다.

배우 윤여정의 화법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여정은 숨기고 싶고, 과장하고 싶고, 꾸미고 싶은 것을 뛰어넘었다. 74세 배우 윤여정은 그게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자신의 참모습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말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과장하지 않고 꾸미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게 된다. 그게 바로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자신감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감은 꾸미지 않는 것이다."

[이성민 미래전략가·영문학/일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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