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소비자는 봉' 명품업체의 이중성

유한빛 기자 2021. 1.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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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찾은 서울 백화점 명품관.

연초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소위 '3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판매 가격을 올렸다.

가격 장벽을 높이는 것도 희소성이 중요한 명품 브랜드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급증한 매출만큼 명품 브랜드들의 사회 공헌도 늘었을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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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찾은 서울 백화점 명품관. 한 유명 브랜드의 매장으로 다가가자 직원이 "입장 알림을 받으셨느냐"고 물었다. 32팀이 대기 중이라고 했다. 4시에 예약한 고객들이 이제야 입장한다고 했다.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연초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소위 ‘3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판매 가격을 올렸다. "명품업체들이 유독 한국에서 배짱 영업한다"는 비판이 일지만,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들이 제품 가격을 자주 올린다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순 없다. 의약품이나 식료품 같은 생필품이 아닌 이상, 가격 책정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가격 장벽을 높이는 것도 희소성이 중요한 명품 브랜드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중적인 영업 방식에 있다. 자국에서는 ‘사회적 책임’ ‘투명한 경영’ ‘고용 증진’ 같은 가치들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이익 극대화에만 집중해서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루이비통·디올·불가리 등 브랜드를 보유한 LVMH그룹과 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 등을 가진 케어링그룹 모두 아시아 지역 매출이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아시아 매출이 29% 증가한 에르메스는 "중국 본토와 한국, 호주, 태국의 눈에 띄는 판매 실적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다. 한국 진출 초기 유한회사로 시작한 에르메스코리아와 샤넬코리아에 이어 2010년대 초중반 유한회사로 전환한 루이비통코리아, 구찌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은 모두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재무제표 등을 공시하지 않는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2011년 순이익만 약 449억원을 거뒀다. 그중 400억원을 모기업에 배당했다. 2014년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낸 프라다코리아는 그해 이익잉여금 1165억원 중 800억원을 배당했다. 꾸준히 외부감사를 받아 보고서를 공시하는 버버리코리아도 해마다 300억~400억원을 모기업에 보낸다. 제품을 들여올 때 본사에 값을 치르는 것은 물론이다.

반면 본국에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LVMH그룹과 케어링그룹은 지난 2019년 화재로 불탄 노트르담 재건에 수천억원을 기부했다. 에르메스는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힘쓴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에르메스 직원 중 3분의 1 이상이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이고, 이들은 대부분 프랑스 내 공방에서 일한다.

수년 동안 국회서 계류하다 2017년 개정된 ‘외부감사법’이 지난해 발효됐다. 올해 상반기엔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에서 급증한 매출만큼 명품 브랜드들의 사회 공헌도 늘었을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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