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선우정아의 사랑 노래.. 신곡 '동거' [인터뷰]
[경향신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선우정아에겐 지난해 늦여름, 남편보다 일찍 일어난 어느 날이 그랬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방에 가득한 더운 공기, 함께 덮은 이불 사이로 삐져나온 남편의 발…. 그 순간 느낀 감격은 그대로 가사의 첫 소절이 됐다. “잠든 너의 맨발을 가만히 보다/ 왠지 모르게 벅차올라 맺히는 마음”.
선우정아가 신곡 ‘동거’로 돌아왔다. ‘백년해로’ ‘도망가자’에 이은 선우정아표 사랑 노래로, 지난 5일 발매됐다.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두꺼운 이불같이 포근한 사랑 노래”라는 말로 신곡을 소개했다.
선우정아의 사랑 노래는 특별하지 않아 특별하다. 불꽃처럼 타올랐다 금세 식어버리는 사랑 대신, 두툼한 이불처럼 한결같이 따뜻한 사랑을 노래한다. 고등학교 때 만난 남편과 10년간 연애했고 현재 결혼 9년차인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의 진면목을 천천히 알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10~20대 때는 사랑의 겉면을 보고 ‘우와 사랑이네’라고 했다면, 30대를 넘어서부터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남편은 자신을 주제로 한 곡을 듣고 ‘사기꾼이다’ ‘나를 이용했다’ 놀리기도 해요. 평소 사랑 표현을 잘 못하고 자꾸 노래로만 표현하려 해서 찔리긴 하죠(웃음).”
설거지를 하는 남편의 소매를 걷어주는 아내와, 거실에서 잠든 아내에게 말없이 담요를 덮어주는 남편. 동거의 뮤직비디오는 평범하다는 이유로 흘려보냈던 우리의 일상이 사실 ‘사랑’의 모습임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뮤비의 마지막 부분에는 선우정아 부부도 까메오로 출연했다.
“평소 가족의 노출을 피하는 편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뮤직비디오가 아주 현실적으로 전달됐으면 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적합하다는 생각에 감독님께 출연을 부탁드렸어요. 신기하게도 촬영 당일이 결혼기념일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했죠.”
곡 제목이 된 ‘동거’는 ‘결혼하지 않은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기혼자인 그가 이 단어를 선택한 ‘의도’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발매 후 피드백을 받고 놀랐어요. 예술계 종사자다보니 주변에 결혼이란 제도에 구애받지 않는 연인들이 많아 저는 동거를 그냥 ‘함께 산다’는 의미로만 인지하고 지냈거든요.”
이러한 ‘편견 없음’은 오히려 이 곡을 ‘사랑의 원형’에 가까운 곡으로 만들었다. ‘동거’ 뮤직비디오 댓글 창에서는 연인과의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반려동물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는 “결혼·성·환경의 차이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이 이 노래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던 메시지”라고 했다.
선우정아의 사랑 노래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한 편의 시를 연상케 하는 가사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뿐 아니라 그 감정을 느꼈던 장면의 분위기, 냄새, 온도까지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성적인 모습을 “방 안 가득 달큰한 호흡” “끈적하게 달라붙은 살”이라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별다른 작사 노하우 같은 건 정말 없어요. 그냥 제가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고…, 나는 만족했는데 주변 반응이 전반적으로 별로이면 또 고치고…. 문득 손에 잡힐 정도로 뚜렷해지는 영감이 있어요. 저는 그걸 잡아채서 편곡 방향이나 발매 일자 같은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버무리죠.”
선우정아에겐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2006년 데뷔 후 재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던 그는 아이유, 유희열, 방탄소년단 RM 등이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2020년 그 어느 해보다 작업량이 많았다는 그에게 2021년의 활동계획을 물었다.
“일단 약속된 영화 음악 작업이 있고요. 온라인 공연도 꾸준히 연구하고 실험하는 중이에요. 제 음악으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도록 올해도 다양한 창작과 공연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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