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다가온 대통령의 결단

박종진 기자 입력 2021. 1. 18. 05:24 수정 2021. 1. 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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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내면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 나와 연설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은 이렇게 전통이 되고 있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과 또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들은 포드 대통령의 사면을 미국 정치사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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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대통령' 박근혜와 문재인의 결단으로 세워진 전통이 있다. 대통령 시정연설이다. 국회법에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지만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국무총리 등을 대신 보내는 게 '관례'였다.

의회주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임기 마지막 해까지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은 작심하고 "총리 대독은 권위주의 시대 유물로 보존해야 될 가치가 전혀 없는 관례"라는 말을 의사록에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매년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도 국회에서 국면전환용 개헌론을 던졌을지언정 원칙을 지켰다. 문 대통령도 취임 후 4년 차까지 어김없었다. 야당의 고성과 시위를 각오하고 욕 먹더라도 국회로 왔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내면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 나와 연설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은 이렇게 전통이 되고 있다.

#형식이 실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정연설을 꼬박꼬박 한다고 국회와 법을 존중하는 게 아니었다. 삼권분립이 뿌리 채 뒤흔들리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 국정농단과 뇌물 혐의 등으로 중형이 확정된 두 전직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정권에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집권여당 인사들이 대놓고 사법부를 공격한다.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내세우지만 선출된 권력 또한 법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는 눈 감는다.

국회 본연의 역할이 행정부 감시라는 건 민망한 말이 됐다. 증인도 없는 맹탕 국정감사와 청문회가 반복된다. 다가오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보나 마나라는 자조가 국회 내에 팽배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피할 수 없는 길에서 만난다. 사면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삼권분립을 뛰어넘는 초법적 권한이다. 합법적 법치주의 파괴다. 논란이 많은 만큼 정무적 판단의 정점에서 결정된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과 또 다르다. 정치적 피해자였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화합과 용서를 명분으로 가해자들을 사면했다. 나중에 서로 자신이 해준 것이라 주장했지만 별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대선 후보들이 모두 사면을 말했을 정도로 대세였다.

하지만 촛불 시민들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다. 정작 시민들은 사면이 불편하다. 진보와 중도는 물론 보수 지지층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전두환씨의 행태도 사면의 효과에 회의감을 준다.

#오롯이 문 대통령의 몫이다. 삼권분립을 무시하면서까지 사면권이 존재한다. 비록 법치주의를 허물어뜨리는 한이 있어도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최고 지도자가 결단하라는 뜻이다. 일절 구체적 언급을 피하며 정치적 부담을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태도는 그래서 교묘하지만 정확하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 그냥 둔다면 두고두고 사면론은 고개를 들 것이다. 미래 혁신을 논해야 할 대선정국 내내 지겹도록 정쟁거리가 될 수도 있다. 상당수 국민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지워진 과거 지도자들이 감옥에서 본의 아니게 발목을 잡는 꼴이다.

물론 사면을 하더라도 최대 명분인 국민통합은커녕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혼란이 더 커질지 모른다. 미국 포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을 사면했지만 지지율은 급격히 추락했고 결국 재선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들은 포드 대통령의 사면을 미국 정치사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여긴다. 훗날 그는 언론 인터뷰와 자서전 등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명백하게 부정적인 정치적 파장과 대단히 긍정적인 국민에게 돌아갈 이득을 비교해 따져야 했다. 그게 바로 대통령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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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fr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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