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유행의 경고..장기전 버텨낼 'K방역 진화' 필요

최하얀 2021. 1.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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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코로나19와 싸운 1년] ①비상등 켜진 의료대응
방역 평가와 과제

유행 거치면서 더 큰 유행 닥쳐
1차 한 달·2차 두 달 가까이 유행
11월 이후 3차는 하루 1240명까지
"정비할 틈 없이 4차유행 닥칠 수도"
올해도 마스크·거리두기 불가피
집단면역 일러야 11월 "갈 길 멀어"
"독감처럼 풍토병 될 가능성" 전망도
집합금지 개선·병상 확충 시급
중환자 치료 무게 둔 의료체계 필요
거점 전담병원 과감하게 더 늘려야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실로 가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월20일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설을 맞아 입국한 30대 외국인이었다. 이후 1년간 국내에서는 1~3차 유행을 거치며 7만2340명(17일 기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20일 정부가 3차 유행을 선언한 이후 나온 환자가 6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3차 유행이 진정된 뒤에도 4차, 5차 유행이 계속될 것이며, 이전보다 더 큰 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 한해도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엄격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4차 유행은 기본, 종식 어려울 수도

1년간 1~3차 유행을 겪으며 알게 된 코로나19의 특성은 유행이 거듭될수록 더 규모가 큰 파도가 더 빠른 주기로 찾아온다는 점이다. 1차 유행은 지난해 2월18일 외국에 다녀온 이력이 없는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뒤 신천지예수교 신도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다만 방역당국의 발 빠른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 조처는 유행 기간을 한달 이내로 단축시켰다. 신규 확진자가 2월29일(909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든 뒤 3월15일부터 10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8월 중순 사랑제일교회와 8·15 도심집회를 계기로 확산된 2차 유행은 한달 넘게 이어졌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시작된데다 집회 참가자 등 추적이 어려운 집단감염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8월27일 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20일이 되어서야 10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100명대를 오르내리며 확진자 발생이 이어졌다.

3차 유행을 정부가 공식 선언한 것은 11월20일이다. 한달 만에 하루 확진자가 1천명을 넘으며 12월25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1240명에 이르렀다. 두달이 다 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특히 3차 유행은 지인·가족 모임 등을 고리로 일상생활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쌓이면서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한번의 유행이 지나면 수면(안정기 확진자 규모)은 더 높아진 채로, 더 큰 파고(정점에서의 확진자 규모)의 파도가 밀려오게 된다”며 “이번에는 미처 정비할 틈도 없이 4차 유행이 닥쳐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내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첫 확진자의 주치의를 맡았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은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가깝다”며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크며, 정기적인 예방 접종으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할 수 있기까지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월부터 순차적 백신 접종·마스크 착용은 계속

이런 이유로 올 한해 국민들의 삶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월부터 시작되지만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진,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살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3200만~3600만명에 이르는 우선접종 대상자한테 단계적으로 접종한 뒤 3분기부터는 19~49살 성인에 대해서도 1차 접종을 시작한다는 일정표를 내놨다. 오는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인구의 60~70%)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백신이 만드는 항체 유지 기간이 6개월에 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 경우 3월에 접종한 고위험군의 면역력이 (3분기에 접종하는) 후순위자의 접종 시점보다 일찍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도 “백신 접종은 당장의 유행이 아니라 올 하반기 겨울 유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백신이 정쟁 소재가 되어 특정 백신에 대한 불신이나 선호가 강해지고, 이 때문에 접종률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마스크 쓰기와 불필요한 접촉 줄이기 등 개인 방역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행 장기화로 K방역도 진화해야

신속한 진단검사와 의료진의 헌신,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 등을 바탕으로 ‘케이(K) 방역’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나라처럼 봉쇄전략을 쓰지 않고도 확산세를 잡아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그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이 전방위로 나타나고 병상과 의료 대응도 확산세가 커질 때마다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김진용 과장은 “이번 파도만 막고 보자는 식의 근시안적 대응으로는 더 이상 코로나19에 맞서기 어렵다”며 진화하지 않는 정부 대응에 쓴소리를 냈다.

거리두기는 지난해 2월29일부터 정부 권고로 본격화한 이후 1년 동안 지속돼 왔으나, 최근 집합금지에 대한 자영업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집합금지에 대한 손실보상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불복 시위’가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3차 유행이 안정화된 뒤 거리두기 체계를 종전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다시 개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4차 유행부터는 집합금지를 최소화하고 면적당 인원수 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의 운영을 조금이라도 보장해줘야 장기전을 치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하루 10만건 이상의 공격적인 진단검사 체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차 유행 때 자택 대기 중 사망자가 생기는 비극을 겪고도, 2~3차 유행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반복됐던 건 지난 1년간 코로나19 대응 가운데 가장 뼈아픈 지점이다. 정부는 병상 부족 문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전국 11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지정, 민간병원에 병상 1% 동원 행정명령 등을 통해 병상 수 확보에 뒤늦게 속도를 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단순 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 추가 개소 등 양적 확대에만 행정이 치우치면서, 최근까지도 요양시설 집단감염 확진자들을 치료할 병상은 부족했다”며 “올해는 의료대응체계를 중환자 치료에 무게를 두고 질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관 원장은 “최근 늘린 병상 규모는 1천명을 정점으로 하는 3차 유행 정도를 한번 더 넘을 수준”이라며 “평택 박애병원 등 거점 전담병원 모델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책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용 과장은 “감염병 위기는 일찍 끝날 리 없고, 혹여 끝나더라도 머지않아 다시 시작된다”며 “국가가 직접 관리·동원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병원 확대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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