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부천은 확진자 쏟아졌는데 수원은 왜 적을까

박경만 입력 2021. 1. 18. 05:06 수정 2021. 1. 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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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싸운 1년] ①비상등 켜진 의료대응
감염자 지역별 분포 살펴보니
인구밀도·집단시설 등이 확산세 갈랐다

전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가장 심각했던 지역은 어디일까?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집계를 종합하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만2340명(해외유입 5922명 포함)에 이른다. 국내발생 가운데는 수도권 확진자가 4만4166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이어 대구(8147명)와 경북(2776명) 지역이 15%를 차지했다.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은 수도권과 신천지예수교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셈이다. <한겨레>가 지난 1년간 코로나19 발생 추이를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으로의 근접성이 좋거나 감염에 취약한 집단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확진자 발생이 두드러졌다.

■ 수도권과 대구·경북에 쏠린 확진자 비중

인구 규모를 고려한 만인율(1만명당 코로나19 확진자 수)로 보면, 신천지예수교에서 시작한 1차 유행이 휩쓸고 지나간 대구가 33.4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고리가 바로 신천지예수교 관련(누적 5213명)이다. 그 영향으로 경북 지역의 만인율도 10.4명으로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높았다. 대구 지역 내에서는 신천지대구교회가 있는 남구의 만인율이 101.3명으로 가장 높았다. 14만6600명 주민 가운데 확진자가 1486명이나 발생했다. 경북 지역에서는 환자 대부분이 확진된 청도대남병원이 있는 청도군(37.6명)과 대학생 신천지 교인이 많은 경산시(30.6명)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 서울(23.1명)과 경기(13.7명), 인천(12명) 등 수도권 지역은 만인율 2~4번째를 차지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광역단체이자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에서는 3월 구로구 콜센터(170명)를 시작으로 5월 이태원 클럽(277명), 6월 리치웨이 방문판매(210명) 등의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 8월 사랑제일교회(1173명), 8·15 도심집회(650명) 등 집단감염도 서울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간 사례다. 서울 내에서는 댄스학원(329명)·성석교회(258명) 등 집단감염이 잦았던 강서구가 1487명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았다. 유동인구가 많고 주거·업무시설이 밀집된 송파구(1282명)가 뒤를 이었다.

만인율로 따지면, 종로구(31.7명)·강서구(25.6명)·중구(25.6명) 등의 차례였다. 종로구와 중구는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감염에 취약한 노인인구 비중도 높은 곳들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코로나19 위험 요소로 3밀(밀폐·밀집·밀접)을 말하는 것처럼, 인구 밀도가 높으면 인구 유동량이 많아진다. 이것은 곧 접촉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서울이 경기도에 견줘 인구가 적고 면적이 좁지만 확진자가 더 많은 것은 유동량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 고양·부천은 많은데 수원은 적은 이유

신천지예수교 관련 감염을 제외하고 보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경기 고양시(1735명) 확진자가 가장 많았다. 만인율은 노인요양시설과 목욕탕, 군부대 등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했던 강원 철원군(43.6명)과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일어난 전북 순창군(42.4명)이 높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구 100만명 이상 수도권 대도시 가운데 가운데 부천시(17.6명), 고양시(16.1명), 성남시(15.6명) 등 만인율은 전국 평균(14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수원시 만인율은 8.7명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서울과 얼마나 밀접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느냐에 따른 차이로 해석한다.

고양(일산)과 성남(분당), 부천(중동)은 대규모 베드타운인 1기 새도시가 조성된 도시들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고양시의 경우 2019년 고양시 사회조사보고서 기준으로 15살 이상 시민의 통근·통학 지역은 서울이 32%로, 고양시내(50.4%) 다음으로 많다. 특히 활동성이 왕성한 20대(38.3%)와 30대(45.2%), 40대(37.6%) 등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서울 지역 출퇴근 비중이 높았다. 이는 경기도 평균 서울 통근·통학 비율 20%를 갑절가량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다 젊은층이 북적이는 홍대·신촌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점도 감염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3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한달간 고양시 확진자 가운데 다른 지역(주로 서울)에서의 발생은 65%에 이르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역학조사를 해보면 서울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중에 주소가 고양인 사람이 많고 이들이 다시 가족 등에 전파한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에 도청 소재지인 수원은 서울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 비중이 10% 안팎에 그친다. 생활·경제권도 독자적 성격이 강하다.

고양과 부천 등지에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시설이 많은 점도 확진자 발생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소아침요양병원(117명), 아름다운인생요양원(49명), 팰리스요양원(30명)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른 고양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80곳의 요양병원·시설이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남도 전체 요양병원·시설 수(480곳)보다도 많다. 게다가 이들 요양병원 대다수는 단독건물이 아닌 상가건물 일부에 입주한 경우가 많아, 접촉자가 많고 관리가 어려워 감염에 취약하다. 1440명 확진자가 쏟아진 부천시에서도 최근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168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 장흥·옹진군 등 2곳은 확진자 0명

전남(3.5명)과 세종(4.9명), 경남(5.3명), 전북(5.4명) 등은 만인율이 전국 평균치(14명)를 한참 밑돌았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전남 장흥군과 인천 옹진군 2곳에서만 확진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바닷가를 끼고 있는 군들이다. 원래 유동인구가 적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외부인구 유입이 더욱 줄어든 지역이다.

전남 신안군(만인율 0.3명)과 전북 무주군(0.4명), 장수군(0.5명)은 확진자가 1명씩에 불과했으며, 전남 완도군(0.6명)과 무안군(0.7명)도 만인율이 낮았다. 역시나 내륙 오지 또는 바닷가 군들이다.

기모란 교수는 “감염병 예방에는 인구 밀도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부분 아파트 등 집합건물에서 사람 간 접촉이 많이 이루어지는 대도시에서 발생했다”며 “뉴질랜드처럼 (주민들이 서로) 떨어져 사는 곳은 확진자가 거의 없고 (평소) 감기도 잘 안 걸려 의료기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경만 박태우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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